조세회피지역서 페이퍼컴퍼니 설립 한국인 공개

이수영 김경자, 이영학, 조욱래 조현강 페이퍼 컴퍼니 설립 의혹

2013. 05.22(수) 16:41

김용진 대표(왼쪽), 최승호 앵커(오른쪽)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재계 인사가 공개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이하 ICIJ)와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동 취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기자 회견에는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 이 사안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발표에는 한국저널리즘센터 김용진 대표와 뉴스타파 최승호 앵커가 나섰다.

김 대표는 “4월말부터 ICIJ와 공동 취재를 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들은 모두 245명이고, 이 중 20여명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 같은 결과는 조세피난처에 퍼이퍼 컴퍼니 설립을 대행해 주는 ‘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PTN)과 ’커먼웰스 트러스트(CTL)' 내부 자료에 담긴 13만여 명의 고객 명단과 12만 2천여 개의 페이퍼 컴퍼니의 정보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발표결과에 따르면 이번에 확인된 한국인 245명 가운데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와 쿡 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면서 한국 주소를 기재한 사람은 159명,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 주소를 기재한 사람은 86명이다.

김 대표는 “차명 대리인을 내세워 법인의 실소유주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1개에서 5개 이상의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사람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재벌 총수와 총수 일가, 임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취재결과에 따르면 245명의 한국인들이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한 시기는 지난 1995년부터 2009년까지 걸쳐있다. 2005년 설립이 늘어나다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설립이 급증됐다.

이날 공개된 한국인 명단 중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3명은 다음과 같다.

이수영 OCI회장(전 경총 회장)과 부인 김경자 OCI 미술관 관장은 지난 2008년 4월 28일, ‘Richmond Forest Management Limited'란 이름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명의 및 주주 모두 이 회장 내외로 돼있으며, 이중 한 명이 사망 시, 다른 한명에게 자동 승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영 회장 내외는 실제 페이퍼컴퍼니와 연계된 은행계좌까지 확인됐으며, 상당한 금액 운용을 이수영 회장 내외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영학 씨로, 이 씨는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이다. 지난 2007년 6월 19일, ‘Kapiolani Holding Inc.'란 이름으로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고, 임원 및 주주는 모두 이영학 씨로 돼있다. 한 주의 주식이 발행되어있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사람은 조욱래 DSDL(구 동성개발) 회장과 장남 조현강씨다. 2007년 3월 15일, ‘Quick Progress Investment Ltd.'란 페이퍼 컴퍼니가 설립됐다. 임원은 조욱래 씨, 주주는 조욱래, 조현강 씨로 되어있다.

뉴스타파 측은 “취재결과 조중건 부회장과 이영학 씨, 조욱래 회장은 하와이에 고급 아파트를 거래한 사실도 함께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최승호 앵커는 “정부기관에 자료협조는 하지 않는다는 ICIJ측과의 사전협의가 있었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와 사회정의 및 조세정의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매주 한, 두 차례 순차적으로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ICIJ는 12만2천여 개의 역외 투자회사들의 10년 이상의 금융거래자료를 확보, 이를 분석해 보도해 전 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조세피난처란 법인세와 소득세가 아예 없거나 낮은 과세를 부과한다. 또 외환관리법, 회사법의 규제가 약한 국가 및 지역을 의미한다.

김양균기자 ykkim1999@nate.com        김양균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