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라이너스, GMO표시제 논란 재점화

"과학적 차원서 불필요” VS “0.01% 위협 가능성에 안전성 확보”
"생명공학 현대 분자기술로 개량된 작물은 안전” 주장
"유명세 이용 언론플레이” 비판 시각도

2013. 06.13(목) 16:20

집중탐구/GMO&GMO표시제

“한때 유전자변형식품(GMO)이 유해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GMO 반대운동가로 활동했던 것이 인생의 최대 실수였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GMO가 유해하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없고 지금까지 GMO로 인한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영국의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가 지난 4일 방한해서 한 일성이다. 그는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초청강연에서도 GMO의 적극 도입을 주장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GMO 표시제’에 대해 미국과학진흥협회 성명서를 인용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과학은 매우 분명하다. 생명공학의 현대 분자기술로 개량된 작물은 안전하다. (중략) 세계보건기구, 미국의사협회, 미국국립과학원, 영국왕립학회 및 관련증거를 검사한 기타 존경받는 조직들은 모두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다. GM 작물에서 유래한 성분을 포함하는 음식의 섭취는 기존의 농작물 개량 기술로 변형된 농작물 성분을 포함하는 동일한 음식의 섭취보다 위험하지 않다.”

그간 GMO에 대한 국내 여론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마크 라이너스가 주장한 GMO 필요성과 표시제 축소에 대한 각계의 반응도 상이했다. 이와 관련해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은 “GMO에 대한 과학계의 입장은 명료하다. GMO는 안전하다. 식약청 역시 GMO의 안전성을 인정해왔다. 이제는 국민들도 이를 신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GMO를 통한 외래 단백질 및 DNA 유입 통제 역시 정부 차원에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일본, 대만과 비교해 볼 때, 우리의 GMO 관리 체계는 엄격하다. 그간 시민단체는 지속적으로 GMO 완전표시제를 요구해왔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 같은 요구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국민들은 GMO로 만든 식용유, 간장 등의 식품을 수년간 섭취해왔고, 그에 대해 어떠한 위험이나 부작용도 보고된 바 없다. 표시제 확대 시행은 오히려 GMO의 두려움만 증폭시키게 될 것이 자명하다. 과학적 차원에서 GMO 표시제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나, 국민 정서를 고려해 볼 때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지호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간사는 GMO완전표시제가 소비자 알권리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GMO는 과연 안전한가. 소비자 건강에 0.01%라도 위협이 될 만한 가능성이 있다면, 안전성 확보부터 해야 한다. 일본, 대만과의 단순 수치 비교로 국내 GMO 관리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유럽과 비교해서 우리는 GMO에 관대하다”고 말한다.

그는 “과학계의 주장을 바탕으로 국민의 무조건적인 신뢰를 요구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것은 과학계의 잘못 아닌가. GMO 찬성론자들은 그간 시민단체의 GMO 반대운동을 두고 비전문적이라며 비판해왔다. 마크 라이너스는 언론인 출신 아닌가. 유명세를 이용한 언론 플레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GMO에 대해 누리꾼들도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GMO 생산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정 모씨), “안정성에 대한 확실한 결과만 보장된다면, 토종이 아니더라도 수용할 수 있다”(이 모씨), “과학적 입증이 없다면 인체에 해로울지 아닐지 모른다. 그렇다면 생산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 아닌가”(홍 모씨), “GMO 섭취의 결과는 당대가 아닌 후대에 재앙으로 나타날지 모른다. 옥수수 통조림, 각종 물엿, 동물 사료, 콩기름 식용유, 두부, 콩 가공식품 등 GMO가 들어간 식품이 너무 많다”(김 모씨).

GMO 표시제와 관련, 누리꾼들은 반응은 비슷했다. “식량 생산 때문에 유전자 조작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최소한 해당 제품에 표시를 해서 소비자가 자신의 신념에 따라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홍 모씨), “저렴하면 먹기 마련이다. 생산을 멈추지 않을 거라면 표시를 더 강화해야 한다”(강 모씨), “미국과 몬산토에게 (GMO)식품을 팔 권리가 있다면, 이를 표시해야할 의무도 있다”(김 모씨), “적어도 뭔지는 알고 먹어야 하지 않을까”(이 모씨). 

누리꾼 임 모씨는 “쉽게 결정지을 수 없는 문제”라며 “‘안전하지만 부족한 먹거리’와 ‘식량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위험한 먹거리’의 문제는 계속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오 모씨는 “인간 중심의 사고로는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기관차 꼴”이라며 “먹거리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자연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에게 안전한가’라는 질문보다 ‘생태계에 안전할까’라는 물음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GMO 의무표시제 찬성하면 과학의 친구가 아니다?
마크 라이너스 “GMO로 환경 파괴없이 식량 생산 늘려야”주장
“근거없는 두려움은 인류 진보를 더디게 한다”며 반대론자 비판
전문가들 “종자가 종속된 국가·농민은 더 큰 식량 부족 직면” 경고

농민대회가 열린 지난 1월 옥스퍼드. 마크 라이너스가 단상에 올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년 동안 GM작물을 비난한 점에 대해 사과합니다.” 1995년부터 GMO 반대운동에 앞장섰던 마크 라이너스의 사과는 화제를 몰고 왔다. 그는 옥스퍼드 농민대회를 계기로 그간의 활동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돌아섰다. 적극적인 GMO 찬성론자가 된 것이다.

마크 라이너스의 사과

마크 라이너스는 과거 GMO 반대 운동을 펼치던 시절을 떠올리며 “종들 간에 유전자를 혼합하는 것은 너무 부자연스러운 것 같아 보였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GMO 반대운동이 그가 관여한 일들 중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그린피스 등과 함께 아프리카, 인도, 아시아 국가들에 GMO의 위험성을 알리는데 앞장섰고, 이들 국가는 오늘날까지 GMO를 금지하고 있다. 

마크 라이너스는 당시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생명공학 또는 식물과학에 대한 상호 검토된 논문을 읽지 않았다.” 즉, 충분한 과학 지식 없이 반대했었고, 자신의 행동은 지극히 ‘반 과학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입장 변화에 대해 “명백한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마음을 바꾼 것입니다. 명백한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현실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 한국식량안보재단(이철호 이사장) 주최로 고려대에서 열린 ‘제10회 식량안보세미나’는 ‘GMO의 과학적 진실과 이용’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마크 라이너스는 과거의 시스템이 지구 전체 인구는 고사하고 겨우 10억 명조차 먹여 살릴 수 없다는 점을 들며 GMO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장했다. 

이는 유전자 변형 작물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혀온 한국식량안보재단 측 입장과 일맥상통해 보인다.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재단 이사장은 “Non GMO(GMO미포함) 곡물의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GMO의 부정적 인식은 국가 식량안보에 커다란 어려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마크 라이너스의 강연이 유전자 변형 작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GMO, 기나긴 논란의 시작

GMO는 다른 유기체의 유전자(DNA)를 재조합하여 만들어지기 때문에, DNA의 발견과 조합을 통한 연구 산물에 해당한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이 DNA 구조를 밝혀내면서 DNA 연구의 물꼬가 트이게 된다. 1971년에 이르자 DNA 특정 염기 부분의 절단이 가능해졌다. 그로부터 2년 후, DNA의 잘린 부분에 다른 유전자의 일부분을 재결합시키는 연구가 성공하면서 생명공학 분야는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바로 유전자 재조합 박테리아로 유명한 ‘살모넬라 유전자’ 연구가 그것이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가장 먼저 의학 분야의 발전을 불러왔다. 당료 치료제인 인슐린의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1994년, 비로소 유전자 조작 식품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아 개발된 ‘무르지 않는 토마토’가 그것이다. 이어 몬산토의 콩과 노바티스의 옥수수, 감자 등 여러 품종이 개발, 시중에 유통되기에 이른다. 재배의 편리함과 기능성을 무기로 GMO의 경작비율도 급증했다. 

GMO의 활용이 늘어갈수록 반대 여론도 높아졌다. 그것은 GMO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즉 안전성 여부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됐다. 문제는 GMO의 인체위해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여전히 미진하다는 것이다. 과학의 논란은 GMO를 두고 찬성 및 반대 진영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 근거가 됐다. 실제로 GMO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GMO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들은 GMO의 위해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수년간 팽팽히 맞섰다. 이 같은 논쟁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GMO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사례와 부작용 관련 연구들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연구결과는 GMO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손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GMO를 섭취한 쥐의 면역체계가 약화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GMO를 일반 사료와 혼합해 먹인 쥐가 종양 발생 비율이 현저히 높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특히 소량의 GMO 첨가 역시 종양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와 비정상의 거대한 종양은 대중의 GMO 두려움을 한층 심화시켰다. 그럼에도 불구, 논쟁은 계속됐다. GMO가 인체에 위해성을 끼친다는 직접적인 장기간의 연구 결과는 여전히 요원했다. 

GMO를 반대하는 환경·시민단체 등 이들과 대중의 두려움은 곧 GMO 정책에 반영되기에 이른다. 그 결과 현재까지 세계 각국은 각기 다른 형질과 그 첨가량에 대해 법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또 농산물 수입 및 GMO 함유 상품에 대한 표시제도 등 GMO 논란과 관련한 관련 법률들도 계속 제정되는 중이다. 

국내의 경우, GMO와 관련해 식품위생법 제 12조 2항 ‘유전자재조합식품 등의 표시’를 통해 다음과 같이 고시하고 있다. △생물의 유전자 중 유용한 유전자만을 취하여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와 결합시키는 등의 유전자재조합기술을 활용해 재배·육성된 농산물·축산물·수산물 등을 주요 원재료로 하여 제조·가공한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은 유전자재조합식품임을 표시하여야 한다. △제1항에 따라 표시하여야 하는 유전자재조합식품등은 표시가 없으면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수입·진열·운반하거나 영업에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 △제1항에 따른 표시의무자, 표시대상 및 표시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한다. 아직까지 GMO 반대 여론은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처럼 보인다. 

0.01%의 위험성

마크 라이너스의 방한은 GMO 표시제 논란을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그는 GMO 표시제를 강하게 반대했다. “대체 무엇을 표시하려는 것인가. (GMO를)별도 표시하는 것은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겁을 집어먹게 한다. 과학의 실제적 증거를 전혀 찾지 못한 그들에게 공포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미국과학진흥협회의 과학자들은 피해에 대한 어떤 증거도 없는 경우 ‘의무표시제와 같은 법제화는 오직 소비자에게 오해와 거짓경고를 야기할 뿐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미국과학진흥협회의 GMO 의무표시제 반대 성명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과학의 친구가 아닌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GMO의 인체위해성 논란이 여전함에도 불구, 국내 GMO 정책 방향이 효율성에만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GMO가 과학기술 수준 내에서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음에도, 우리 정부는 GMO 식품 사용과 구분유통 및 표시제를 허용하고 있다. 물론 ‘최대한의 안전관리체계하’라는 전제가 따라붙는다. 

GMO에 대한 표시나 구분유통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은 ‘GMO는 인체 위해성을 갖지 않는다’는 주장을 전제로 한다. 그 근거는 앞서 거론한 것처럼 GMO가 시판된 20여 년간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위험요소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에 기인한다. GMO 식재료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기자는 마크 라이너스에게 “국민들은 GMO의 안전에 대해 확실한 대답을 원한다. GMO는 과연 안전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기자는 마크 라이너스에게 ‘예 또는 아니오’로 대답해주길 요청했다. 그는 확답을 피했다. 그리고 스마트 휴대전화를 예로 들며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전자파 등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문명의 이기를 이용한다. GMO도 마찬가지다.”

옥스퍼드 강연 이후, 마크 라이너스는 수차례 식량 위기를 위한 해결책은 GMO밖에 없다고 단정했다. 그는 GMO 반대론자를 비판하며 “근거 없는 두려움은 인류의 진보를 더디게 한다”라고 주장한다. 과거 과학 기술의 진보를 반대하던 중세의 사고를 탈피,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데 GMO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크 라이너스는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GMO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고 단정 짓는다. 그가 내세운 근거들은 한 가지 사실로 모아진다. ‘GMO의 인체 위해성이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GMO 식량 증식? “순진한 생각”

GMO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절대 반대’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2011년 기준, 국내 식량 자급률은 22.6%에 불과하고, 전체 곡물의 75%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관계 부처간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실상 뚜렷한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박인구 한국식품산업협회 회장은 “식량 위기 극복을 위해 GMO 개발이 현재로선 가장 큰 대안”이라며 “GMO 개발은 정부 정책과 잘 맞물려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GMO가 식량 증식과 기아 및 빈곤 해결을 가져다준다는 주장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선을 긋는다. 조 대표는 “기아와 빈곤 문제는 생산량 부족에 기인하는 것만은 아니다. 또 종자가 종속된 국가와 농민은 더 큰 식량 부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크 라이너스(Mark Lynas)는?
1973년 피지에서 태어나 페루와 영국에서 성장. 영국 에딘버러 대학에서 정치역사학을 수학했다. Tke Guardian, The Observer의 기자이자 New statesman, Ecologist, Granta, Geographical magazines의 칼럼니스트다. 환경운동가로서 수년간 GMO 반대운동을 주도했다. 올해 1월 옥스퍼드 농민대회 이후 GMO 찬성쪽으로 돌아섰다. 저서로는 High Tide: The truth about our climate crisis(2004), Gem carbon counter(2007), Six degrees: our future on a hotter planet(2007), The God species: How the planet can survive the age of humans(2011) 등이 있다. 

김양균기자 ykkim1999@nate.com        김양균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