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기후변화정책 해법 있나

정부 ‘감축목표 재검토’, 각계 반응 엇갈려
배출권거래제, 산업계 반발 불구 추진키로
에너지 양극화, 대책 마련 시급

2013. 06.13(목) 20:30

김성곤 민주통합당 의원이 국회기후변화포럼 토론회에서 정부 기후변화정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박근혜 정부의 기후변화정책이 난관에 부딪쳤다.

김성곤 의원(민주통합당)은 “새 정부의 기후변화정책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난제가 산적한데 각계 입장이 달라 정책 추진에 난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11일, 국회기후변화포럼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기후변화정책을 추진할 것을 강조했다.

기후정책과 관련, 정부가 처리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당장 IPCC 5차 보고서 발표 및 UN 기후정상회담, 신기후체제 감축방식 합의 등 국제사회의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 국내 상황도 만만치 않다. 감축목표 재검토, 배출권거래제 시행 시기, 에너지 수급과 양극화 문제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전의찬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행정체계는 ‘하이브리드형’인데 부처 간 갈등과 집행의 비효율성 문제가 있으니 ‘벽을 없애는’ 협조체계가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당초 전망치의 4%(6.7억 톤)를 초과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올 연말까지 감축 계획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남광희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은 “향후 BAU 전망치 재검토, 부문별 이행계획 점검, 사회적 합의 등을 통해 감축 로드맵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 회장은 “BAU 방식의 국가 감축목표는 목표성은 부족하고 가변성은 높아 최근 배출량 증가의 원인이 되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 회장은 “목표방식을 선진국과 같이 기준연도 대비 총량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무감축 회피라는 전략에서 벗어나야한다”며 “형평성 담론에 기초한 ‘협상전략’으로 수정할 것”을 주장했다. 또 “감축목표 달성 로드맵은 국제적 신뢰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 소장은 특히 “온실가스 감축정책과 에너지정책의 정합성 확보가 무엇보다 절실하다”며 이를 위해 “부문별 감축 이행을 평가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연례보고서’ 발간”을 강조했다. 김용건 KEI 기후대기연구실장도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감축목표 방식을 총량 등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각계 전문가들이 정부의 기후변화정책과 관련,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김용건 KEI 기후대기연구실장,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남광희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 이동근 포럼 운영위원장, 전의찬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장, 박태진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 심성희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정부는 배출권거래제를 예정대로 2015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에 따라 배출권거래제는 올해부터 시범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김 실장은 “배출권의 유상 할당률을 확대해야 한다” 면서 “동아시아 탄소시장 협의체 설립을 통한 시장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태진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국제협상 동향과 산업계 국제경쟁력을 고려해 배출권거래제 시행 시기 2020년 이후로 연기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했다. 심성희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배출권거래제의 비용효과성은 기대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현실적 왜곡 요인을 고려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박 원장은 “온실가스 감축제도는 산업 규제보다는 산업 육성 측면에서 설계돼야 하고, 신재생에너지도 입지 규제를 완화해 발전비중과 해외진출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박사 역시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정책은 규제는 강하고 지원은 약하다”며 “산업계 부담을 덜어줄 다양한 지원 정책의 발굴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을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킬로미터별 146g이상의 탄소를 배출하는 고탄소차에게는 50-300만원의 부담금을, 130g이하의 저탄소차에는 그만큼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역시 2015년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현행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기준(140 g/km)을 2016년부터는 유럽과 미국 수준(95 g/km)으로 강화하고 점차 중대형차로 확대, 적용키로 했다. 이에 대해 심 박사는 “수송부문 감축정책 방향은 통행량 억제나 배출 효율성(연비 개선, 저탄소차 보급)보다는 대중교통 전환을 중심으로 바꿔야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전력 수급 문제에 대해 각계 전문가는 시급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김 실장은 에너지 과소비와 양극화의 원인으로 원가에 못 미치는 불합리한 에너지 가격구조, 전력요금 보조금의 대기업 집중, 에너지 빈곤층의 에너지 비용부담 증가 등을 들었다. 안 소장은 에너지 가격구조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며,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위해 전력영향평가에 기후변화 항목을 추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양균기자 ykkim1999@nate.com        김양균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