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한시적 주차허용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　

2015. 07.21(화) 14:52

평택 통복시장 주변 도로에 시장 방문객을 위한 한시적 주·정차 허용 플래카드가 부착돼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질환) 여파로 전통시장 상인들과 자영업자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경찰이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국 208개 전통시장 주변도로에 한시적으로 주차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전통시장은 오랜만에 활기를 띄고 있다.

지난 20일 메르스 최대 피해지역인 평택의 통복시장. 5일만에 돌아오는 장날이라 물건을 싣는 차량과 사람들로 북적였다.

시장 입구 버스 정류장 주위에 설치된 주차단속 카메라의 전광판에는 이동 주차차량 번호 대신 ‘7월 31일까지 한시적 주·정차 허용’이라는 자막이 보였다.

미처 확인하지 못한 운전자들을 위해 기업은행 평택지점 앞 편도 2차선 도로변에는 ‘통복시장 주변도로 한시적 주·정차 허용 시행중’이라는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

통복시장의 경우 한시적 주차 허용으로 80면의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시장 초입에 위치한 신발가게 ‘마당발’에서는 가격을 흥정하는 흥겨운 소리가 들렸다.
신발을 구매한 손님은 “메르스로 그 동안 얼마나 고생 많으셨어요. 앞으로 더 번창하세요”라고 덕담을 건넸다. 메르스 사태를 겪은 통복시장은 이제 예전의 장터 모습으로 되돌아 오고 있었다.

통복시장은 6·25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4년, 우시장과 쌀시장이 합쳐지면서 생겨났다. 다양한 품목의 맛집 골목 등이 조성돼 있어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메르스 여파로 방문객들은 반토막이 났다. 전통시장 특성상 주차마저 불편해 떨어진 매출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지난 7일부터 주변 도로에 한시적으로 주차가 허용되면서 한산했던 시장은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박동섭씨는 “전통시장 주변에 주차를 허용하면 싫어하는 상인은 거의 없을 것” 이라며 “도로변에 주차한 손님들이 시간에 쫓기며 불안해하지 않고 느긋한 쇼핑을 즐길 수 있어 매출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손님 김옥성(57)씨는 “인근 공영주차장도 있지만 가까운 거리에 차를 대놓고 물건을 실을 수 있어 너무 편리하다”며 “오늘은 주차단속 걱정없이 여유있게 장을 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통복시장 중앙입구에서 생선을 판매하는 유연심(75·여)씨는 “작년엔 세월호로 고전을 면치못하다 올해는 메르스까지 겹쳐 장사를 접어야 할지 심각한 고민을 했다”며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날씨도 더워 손님이 뜸할 수 있지만 바로 앞 주정차가 허용되면서 장사가 잘돼 웃을 수 있는 날이 많다”고 즐거워했다.

인근 가전매장 앞의 1t 트럭에서는 운전자가 시동을 꺼지 못한채 짐칸으로 달려가 선풍기 등 제품을 내리고 있었다. 박용덕 평택경찰서 교통관리계장이 전통시장 주변도로에 최대 2시간까지 한시적 주·정차가 허용된다고 상황을 설명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 상인들을 찾은 박 계장은 이날도 여념없이 한시적 주·정차 허용 사실을 홍보했다. 상인들은 “주정차 단속 카메라 때문에 트럭에서 급하게 짐만 내리고 뒷정리 조차 못하고 차를 빼야한다”며 “한시적 주정차허용을 상시주차로 변경해달라”고 하소연했다.

박 계장은 “택배나 화물을 실은 트럭의 경우 지역에 따라 10~15분 가량 단속을 유예하고 사정을 봐주고 있다” 며 “상시 주정차는 교통소통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최영숙(44·여) 대단한 청과 대표는 “정부가 전통시장 살리기를 한다지만 상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듣고 정책에 반영하면 좋겠다”며 “우리는 한시적 주·정차 허용같은 실질적인 정책이 더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 주차가 허용되는 시장은 시장상인회 등의 의견을 모아 자치단체의 협조 아래 도로 및 교통여건을 고려해 선정했다.

한시적으로 주차가 허용되는 전통시장 주변도로의 소통확보를 위해 경찰 교통기동대 등 최대 17개 상설부대가 현장에 배치돼 교통소통 위주의 보이는 교통관리를 실시한다.

실제 소상공인진흥공단 자료에 따르면 교통규제 개선을 통해 2014년 1월부터 상시 주차가 가능해진 전통시장의 주차 허용 전후 1년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용객 수는 25.5%, 매출액은 25% 증가했다.

박용덕 계장은 “메르스로 평택 전통시장이 가장 많은 타격을 입었지만 경찰이 전통시장 주변 이면도로 주차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손님들이 편리하게 많이 찾아 올 수 있도록 했다”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봉 기자 env-news@hanmail.net        유봉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