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든 민심을 헤아릴 기후변화 대응 리더십 시급

2016. 12.09(금) 15:57

지난 4년간 창조경제 생태계가 이룬 성과를 국민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했던, ‘2016 창조경제박람회’가 역대 최대 규모로 의욕을 가지고 출발했지만 지난해보다 관람객이 6.5%나 줄었다. KDI 전망대로라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2.4%로서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가 3년 연속 2% 성장에 머물게 되면서 생산 감소와 고용 위축이 심히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겨우 길을 제대로 찾아가나 보다 싶었는데. . . 왜 하필 최순실 게이트의 출발점이 미르재단과 K 스포츠재단이었을까?

창조 빠진, IT만으로 4차 산업혁명의 파도 넘을 수 없어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당초 기술력을 인정하여 투자를 약속했던 벤처캐피털이 결정을 미루고 게다가 국가예산은 물론 지자체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한 정보기술(IT)업체는 “최순실 게이트에 연관된 것은 안타깝지만 혁신센터는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사업”이라면서 ‘창조’란 단어를 버리고 싶어 하지만 창조가 빠진 IT만으로 4차 산업혁명의 길을 갈 수는 없다. 최순실 게이트가 4차 산업혁명의 하드웨어적 인프라를 박살내고 있다. IT를 하나의 기술 또는 산업으로만 인식해서 IT의 진정한 의미와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제 7의 감각이 누락됐다. ‘제 7의 감각’이란, 모습을, 소리를, 냄새를, 맛을, 접촉을 느끼는 인간의 5가지 감각 외에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제6의 감각(역사적 감각)에 추가로 현재와 같은 초연결사회에서 필요한 본능적인 감각으로 청년 프로그래머에게 지혜와 소양을 심어주고 장년 리더들에게 네트워크 개념을 심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편식으로는 안 된다. 융합이라야 4차 산업혁명의 지난한 파도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

촛불 집회에서 재확인한 공동체의식 유전인자
가장 혁신적인 국가를 선정할 때, 한국과 스위스로 지칭하는 통계가 많다. 이러한 통계를 제시하는 평가 기관들은 한국은 계획된 하드웨어에 강점이 있는 반면 스위스는 자연스러운 소프트웨어적 문화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한국은 특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성과와 연결을 짓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는 단서가 붙는다. 창의적임에도 불구하고 성과와 연계는 미흡하다는 이 비정상적인 국민성을 궁금해 하는 그룹이 많다. 혁신적이면 행복할까? 그래야할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최근 국민행복지수 결과를 보면 스위스는 행복하다고 평가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고 평가되는 것만 보아도.... 그런데 행복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공동체 의식과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한 환경에 대한 인식 낮은 것에 기인한다고 한다.
혹자는 1960년대 이후 산업화과정에서 압축성장이 1980년대 민주화가 시민참여는 높였으나 공동체의식을 높이는 데는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품앗이 등 역사 속의 공동체 의식은 이미 높았기 때문에 상당히 궁한 해명이다.

촛불 든 민심을 헤아리기 위해서는 선비의 소신과 지혜가 필요
최순실 게이트를 대응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 현장을 되짚어 보면 우리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할 수 있다. 이번 대통령 탄핵과 관련하여 외신에서도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한국만의 고유한 집회문화가 정착했다고 인정한 촛불 집회는 창의성이 있다는 국제사회의 평가에는 동의하지만 6차에 걸친 대규모 비폭력 집회를 이끈 우리국민에게 공동체의식이 부족하다는 결과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그 원인을 진지하게 파헤치는 작업은 별도 연구가 필요할 듯하다. 그뿐만 아니다. ‘시민 저항 운동이 통하는 이유(Why Civil Resistance Works)’라는 저서에서 언급한 ‘전체 인구의 3.5%가 비폭력 시위에 나서면 정권이 버틸 수 없다’라는 체노워스의 원칙도 임계치를 훨씬 넘는 195만명, 232만 명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일부 군중쯤으로 폄하하는 그들에게는 적용하기 힘든 이론일 뿐이다. 주최 측과 정부의 촛불 집회 참석인원의 차이를 캔들 카운터, 유동인구 반영법 등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과학자들의 집단지성이 확인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태의연한 과거의 방법을 고집하는 국가시스템을 보는 것도 불편하다. 오죽하면 권력의 주인이자 선량한 시민이 촛불 집회를 빌려 어리석은 대리인을 학습하겠는가?
이 체험현장에는 4차 산업혁명의 성공요인인 공동체의식, IT를 통한 직접 민주주의, 빅데이터 분석, 창의성, 융합이 모두 녹아 있다. 공동체의식이 높은 국가는 기후변화 대응에도 능동적이며 대체적으로 국민이 행복해진다고 한다. 최근 정부는 배출전망치(BAU) 37%를 목표로 한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을 확정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목표 달성을 위한 준비 부족, 국제시장메커니즘을 통한 감축, 시민사회 공감대 형성 부족 등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난제가 많다. 촛불 든 민심을 헤아리기 위해서는 유연성을 가지고 또 다른 최순실이 없는지를 모니터링 하는 선비의 소신과 지혜가 필요하다.

APEC 기후센터 전문위원 김영신 fallbird@apcc21.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