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성장의 토대였던 교육, 지속가능한 개발 시대에서는?

2016. 03.28(월) 14:33

신형!
금년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하여 그 어느 때보다 더 바삐 움직여야 할 듯합니다. 우리나라가 원하든 원하지 아니하든 간에 post-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에 대한 구체화 작업도, UN의 새로운 목표인 SDGs(지속가능한 개발목표)를 시행하는 일도, 그리고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 의장 국가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될 일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그런데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기대수준은 실제 우리가 느끼는 부담보다 훨씬 클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OECD 개발위원회 회원 국가이면서 원조비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나라에 많은 개도국들은 그동안 대한민국이 압축성장 과정에서 이룩한 탁월한 성과를 새마을 사업이란 프로젝트 하에서 이전해줄 경우 많은 국가가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과 마주하다보니, 3년 전 봄 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응 준비에 대해서 많은 우려를 남기고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갔던 신형이 생각났어요. 서로 학문적 배경이 달라 고기후를 기반으로 하는 심층적인 토론에 이르러서는 이해하는데 한계를 느꼈지만, 조선은 Chosen People(선민)로 표기할 수 있다던, 중학교 때 영어선생님 이야기를 예로 들며 기후변화로부터 우리나라 미래를 낙관하곤 했었지요. 선민이 아니라면 다른 많은 선진국들이 200여년에 걸쳐서 이룩했던 국민 1인당 3만 달러 수준의 소득을 70년만에 가능하게 했던 압축성장이 과연 하늘의 도움 없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이 컸던 거지요.
한국은 해방 이후 빠른 속도로 달려왔습니다. 경제적 발전 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등 여러 영역에서 커다란 발전을 이룩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국은 그렇게 순풍에 돛달 듯이 가는 줄 알았지요.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이 한국에서 성사되기 전까지는. . .
알파고가 다녀간 후 한국 과학의 수준과 R&D 지원을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비등했고 정부는 바로 피드백을 했습니다. 그때서야 또 다른 의문이 들었습니다. 작년 6월 한국의 환경부 등 관계부처가 post 2020의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를 정책대안 마련과정에서 14.7%(1안), 19.2%(2안), 25.7%(3안), 31.3%(4안) 등 4가지 안으로 제시했고 최종은 37%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런데 감축 시나리오 4개안은 모두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의 법정목표와 국제사회에 이행 약속을 했던 신뢰목표 BAU(배출전망치) 30%에 미달한 목표가 정말 진지하게 상향식 토론에 의거 도출되고 최종 결정과정에서 그 오류가 지적되어 수정되었다면 그 목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도출될 갈등은 무슨 방법으로 치유해야 할런지요? 이러한 결과가 전략적 선택에 어쩔 수없이 마련한 대안이 아니고 진지하게 토론한 결과라면 우리는 세계화와 IT가 가져다 준 환경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래서인지 여전히 교육현장은 앞으로 사라질 일자리인 20세기 산업화시대 패러다임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형!
우리나라에서 압축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성장을 위한 사전 교육이 철저했기 때문이 아니던가요? 50년대에는 80%가 문맹이던 시절 의무교육을 실시하여 국민들의 눈을 뜨게 하였고, 70년대에는 새마을연수원에서 농촌지도자를 양성하였지요. 그래서 압축성장의 토대가 마련됐던 것이지요.
이젠 기존 산업화의 끈을 놓아야 하는데 압축성장 열매의 달콤함에 취해서 놓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신형의 우려가 사실인 듯합니다. 압축성장 과정에서 화려한 성적을 가지고 있는 시장과 정부를 지나치게 믿은 나머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기후변화 대응 모니터링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니 먼저 가신 분들에게 죄스런 생각이 듭니다.
압축성장이 가능했던 시대와 우리의 미래는 마주하는 환경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는데도 과거에 잘 했으니 미래에도 그냥 잘 될 거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이 우리의 미래를 망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됩니다. 영광이 있기까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피우기 위해 우리 선배들이 얼마만큼 절실하게 기원했고 철저히 준비했는지를 잊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속가능한 개발 시대를 과거 교육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기후변화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학습된 시민이 정책에 참여해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기후변화 정책네트워크가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에 성공하는 그날까지 잘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김영신 위원 fallbird@apcc21.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