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2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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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개 임상 샘플 데이터 공개로 신뢰 확보…“국내 진단시장 판도 바뀔 것”

수젠텍, 두달만에 지난해 매출 15배 이상 올려
2020. 06.04(목) 17:17확대축소
(손미진 수젠텍 대표)수젠텍이 개발한 ‘SGTi-flex COVID-19 IgM/IgG’ 진단키트는 피 한 방울로 10-15분이면 진단이 끝나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수젠텍)

도시 봉쇄 등 극단적 대책 없이도 코로나19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있는 K-방역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정확성을 인정받아 세계 각국으로부터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는 ‘국산 진단키트’는 수출 효자 품목으로 부상하면서 국가산업의 위상까지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책브리핑은 코로나19로 맞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산 의료기기 시장의 판도를 넓히고 있는 체외진단 의료기기 기업을 찾아 현 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과제와 비전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K-방역이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은 것은 정부가 숨기고, 감추고, 감싸기 보다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열린 소통으로 정면승부를 했기 때문입니다. 수젠텍도 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항체진단 방식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손미진 수젠텍 대표는 코로나19로 글로벌 유통망을 대거 확보하고, 기업 브랜드 가치까지 덩달아 상승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밝혔다.

지난해 수젠택 매출은 38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약 6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진단키트 공급 체결을 했다. 단 두달만에 지난해 매출의 15배 이상을 올린 것이다.

보통 항체 진단키트 개발은 분자진단방식과는 달리 통상 6개월 정도 걸리지만, 수젠텍은 단 1개월만에 개발을 완료했다. 수젠텍 창업 멤버들이 진단 분야 전문가인데다 이미 관련 특허만 70개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4년전 지카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비싼 대가를 톡톡히 치른 전례가 있어서다.

손 대표는 “지카바이러스때 과제를 통해 공동 투자를 하면서 제품을 개발했는데, 3년이 지나니 임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환자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며 “전염병은 타이밍을 못 맞추면 위험 부담이 커 정확한 판단을 하기가 녹록치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랬던 손 대표가 진단키트 개발에 뛰어든 것은 2월 초 두바이에서 열린 ‘의료기기 박람회 매드랩’ 참석 후 1주일만이다.

손 대표는 “당시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10명도 안됐을 때 두바이 박람회를 참가했는데, 유럽, 아프리카, 중국계 바이어 중 중국 바이어만 마스크를 쓰고 중국이 한국과 인접해 있는 것이 심상치 않다고 느껴 바로 개발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한국에 돌아와서는 연구소 직원들과 수차례 논의 과정을 거친 뒤 검체 검사를 위해 대구로 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 꺼려지는 상황에서도 항체 진단키트 성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직접 대구 동산병원을 찾은 것이다. 이렇게 2월 한달 동안 개발과 임상을 거쳐 3월 6일 공식적으로 개발에 성공한 코로나19 항체 신속진단키트는 두달여 만에 전세계 50개국에 수출하는 수젠텍의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수젠텍이 개발한 ‘SGTi-flex COVID-19 IgM/IgG’ 진단키트는 2개 항체(lgG, lgM)를 동시에 진단하는 방식으로, 피 한 방울로 10~15분이면 진단이 끝나고, 분자진단방식처럼 고가의 진단장비나 숙련된 검사인원도 필요하지 않다.
가격, 기술 경쟁력에서 세계 어디다 내놓아도 뒤지지 않았지만, 수젠텍은 정면 승부를 던졌다. 국내 대형 병원 두곳에서 250개의 샘플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데이터를 전부 공개한 것. 임상시험 결과 수젠텍의 신속진단키트는 분자진단 방식 대비 정확도 94%를 기록했다. 통상 신속 항체진단키트가 정확도 80% 가량을 기록한다는 점을 고려할때 최고 수준의 정확도를 기록한 셈이다.

손 대표는 “사실 임상은 인허가를 받을 수 있는 수준만 하면 되고, 데이터도 공개하는 경우가 없지만, 우리는 데이터 결과를 모두 오픈했다”며 “이후 키트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게 본 전세계 각국에서 주문 요청이 쇄도하면서 대외적인 공신력까지 얻게 됐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나라가 스페인과 러시아였다. 스페인은 카를로스 3세 왕립보건연구소 등에 의뢰해 테스트를 진행했고, 러시아 정부도 주요 연구소 등에서 정확도 검증을 통해 수젠텍의 진단키트를 선택했다. 러시아 유일의 정식 사용승인 항체 신속진단키트라는 수식어는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한국 기술력이 해외시장에서 당당하게 인정받은 순간이다.

진단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올라간 만큼이나 책임감은 이전보다 더욱 커졌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찾아오면 선진국들이 지금처럼 무력하게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단기간 얻은 성과에 취하지 않고 진단산업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고민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수젝텍은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제2의 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항체 정량을 측정할 수 있는 엘라이자(ELISA) 검사키트 개발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손 대표는 “지금까지는 K-방역이 모범사례로 꼽힐만큼 선제적 대응을 잘 했지만, 후발기업들이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지속성을 가지려면 원천기술 기반의 플랫폼과 킬러 아이템 개발이 시급하다”며 “정부도 인허가 기간 단축 등 각종 지원책을 발표해 진단산업 육성을 위한 분위기는 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2일 코로나19 진단키트의 긴급사용 승인 제품과 수출용 허가제품을 국내 정식허가 제품으로 전환하고 개발 허가에 소요되는 기간을 최대 150일까지 단축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또 체외진단의료기기의 개발, 임상 성능평가, 품질관리체계, 허가 및 제품화까지 전주기 안전관리 전담조직 신설도 예고했다.

이같은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향후 진단시장의 전망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IR협의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체외진단 시장은 2018년 600억5451만달러에서 연평균 6.73% 성장해 2023년에는 831억7722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 대표는 “진단시장 기업이 한국 내에서는 단순 제조업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1차적으로 기업이 제조 품질을 위해 노력을 해야겠지만 정부도 제조업 르네상스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제조기업에 혜택을 준다면 국내 진단시장의 판도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봉 기자 env-news@hanmail.net        유봉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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