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운 한국 골프, 그 속은 글쎄...
외국인 통해 국내 골프 유래
전국 5백 여개 골프장 조성돼, 골프스타 등 힘입어 골프붐
골프 성장 불구, 저질 골프 문화
골프 변천사(2)
| 2013. 06.25(화) 18:38 |   |
선교사들을 통해서 골프가 전해졌다는 설도 있다. 원산의 갈마반도에 있었던 외인촌은 영국 선교사 언더우드가 별장을 짓고 여름에 휴양을 즐겼던 곳이다. 기록에 따르면 선교사의 친인척들로 해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한다.
1919년부터 착공을 시작해 1921년 6월 1일에 개장한 효창원 골프코스는 외국인에 의해 설계됐다. 설계자는 일본아마추어골프선수권 챔피언이자 일본 고베 록코산 골프코스 회원인 던트. 조선호텔 이용자를 위한 시설로 조성된 효창원 골프코스는 총 7홀로 구성되어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만으로는 만성적자를 면하기 어려워지자, 결국 한국인을 위한 경성골프구락부가 조직됐으나, 실질적인 이용객은 일본인과 고위관료등 특권층에 국한됐다.
경성골프구락부는 효창원 골프코스와 청량리 골프코스를 거쳐 군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군자리 골프코스는 제2차 세계대전시 폐장됐다가 1950년 재개장됐다. 그러나 개장 된지 한 달여 만에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다시 문을 닫는 처지가 된다. 휴전 후, 복원된 군자리 골프코스는 서울칸트리구락부가 창설되면서 1954년 18홀 규모로 성장, 이후 고양시로 이전하며 국내 골프의 중심으로 성장하게 된다.
골프코스는 서울에 국한되지 않고 지방으로 퍼져나갔다. 9홀 규모의 대구 골프코스(1923년), 평양 골프코스(1928년), 원산 송도원 골프코스(1929년), 부산 골프코스(1932년) 등 각지의 골프 코스는 일본인 설계자에 의해 조성됐다. 이들 골프코스도 효창원 골프코스와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폐장과 개장을 번복하며 그 규모를 점차 늘려갔다. 건설제한이 있던 1980년대 말까지 전국적으로 42개의 골프코스가 조성됐다.
그랬던 것이 1987년 노태우 정부의 건설규제 해제와 맞물려 늘어나기 시작해, 현재 전국에 5백여 개의 골프장이 들어선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세수 확보를 위해 지방의 경쟁적인 골프장 조성도 한 몫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998년 박세리 선수는 US 여자오픈대회에서 우승하며, 일약 국민영웅으로 등극하게 된다. ‘맨발투혼’, ‘한국인의 저력에 전 세계 놀라다’ 등 언론들은 앞 다투어 박세리 선수의 우승을 대서특필했다. IMF체제하의 침체된 국내 상황에서 박세리 선수의 우승은 대중의 뜨거운 반응은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그 후 김미현, 박지은, 최경주 선수 등이 해외 대회에서 약진을 보이자, 주요 일간지와 방송을 통해 전해지며 숱한 골프동호회가 생겨나는 등 국내 골프붐이 일었다.
현재 골프장을 찾는 인구는 연간 2천만 명에 이르고, 해외원정 골프여행객도 증가해서 연간 5십만 명을 육박하고 있다. 폭발적인 국내 골프 수요 증가는 골프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골프는 ‘황금알을 낳는 스포츠’로 불리게 된다. 골프 용품 및 회원권 시장은 연간 20조원에 이를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골프의 양적 팽창과 함께 그늘도 깊어 보인다. 골프 코스를 돌며 암암리에 벌어지는 내기 골프는 도박의 성격이 짙다. 홀당 천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골프도박은 피해자 역시 쉬쉬하는 분위기 탓에 적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실정이다.
골퍼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캐디인데, 개선됐다고는 하나, 캐디들은 열악한 근무환경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15, 16일에는 경북 소재 B골프장의 캐디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집단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캐디를 ‘도우미’나 ‘접대부’로 대하는 일부 골퍼들에게 그릇된 인식도 문제다. 실제 골프 라운딩 중 캐디를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골퍼가 불구속 입건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골프 코스를 돌고 난 후에 인근 펜션 등에서 성매매와 스와핑 등을 주선하던 일당이 적발된 사건은 국내 골프문화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일부 사회 지도층 인사도 이들의 주요 고객인 것으로 밝혀져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최근 일부 스크린 골프방의 변태영업과 성매매와 관련, 이를 고발하는 언론 보도가 빗발쳤다. 관계 당국은 서둘러 대책마련에 고심했지만, 단속강화 외에는 실질적 해결책은 내놓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골프시장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 골프 문화는 여전히 제자리 수준”이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김양균 기자 ykkim1999@nate.com 김양균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