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나 단체 화합을 위해 마중물 역할”

(사)대한팔씨름협회 문호걸 회장 인터뷰
“무제한급 세계랭킹 6위, 아직도 쌀 한가마니쯤은 거든히 들어올려”

2013. 06.26(수) 16:07

팔씨름이 뭔지는 누구나 알지만 엄연히 ‘팔씨름협회’가 존재한다는 것에는 의아해할 것이다. 매년 국제대회에 한국대표들이 참가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각종 대회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팔씨름은 장소 제약이나 별다른 장비 없이 어디서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놀이로 특히 남자들에게는 힘겨루기 수단으로 더없이 좋은 게임이다.

어느 때부턴가 명절 때가 되면 연예인들의 팔씨름대회가 TV 예능에서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요즘은 각종 행사나 지역축제에 팔씨름이 없으면 허전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이러한 일들과 이렇게 되기까지는 사단법인 대한팔씨름협회의 보이지 않는 부단한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중심에 문호걸 회장이 있다. 팔씨름협회의 발자취와 함께 그의 구수한 입담을 들어본다.

◆ 화합과 소통의 매개체로 안성맞춤
문호걸 회장(58세)은 우리나라 최초로 팔씨름협회를 창립했고 무엇보다도 팔씨름을 생활체육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기본 룰에서부터 세부적인 규칙까지 체계적으로 정립한 장본인이다. 우리 고유의 민속놀이 중 하나인 팔씨름을 알리고자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약 500회의 팔씨름대회를 십여 년간 꾸준히 개최해왔다. 요즘에는 각종 행사장에 팔씨름대회가 있으면 심판에서부터 직접 행사진행까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분주하게 활동하고 있다.

“팔씨름은 도구나 장비 없이 서로 간에 맨손을 맞잡기만 하면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손을 잡는다는 것은 승부인 동시에 화합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어 예로부터 각 마을에서 큰 잔치가 열리 때면 씨름과 함께 팔씨름대회가 빠지지 않는 민속놀이였습니다. 가정에서는 화목으로, 단체에서는 협동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됩니다. 이처럼 좋은 장점을 지닌 팔씨름을 생활체육으로써 활성화시켜야 되지 않겠습니까.”

문 회장에게 여러 매스컴에서 섭외요청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가 고정게스트로 출연하는 인기 라디오 프로인 ‘별이빛나는밤에’에서 위트 넘치는 입담을 과시해 주목을 받은 것이 한몫했다.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가 기획하고 심판진행자로 출연한 ‘연예인팔씨름왕선발대회’다. 해마다 방영될 때마다 좋은 시청률을 보여줬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렇게 방송 타는 것을 탐탁치 않는다. 그렇지만 마다하지 않고 출연하는 것은 팔씨름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팔씨름협회에는 다른 협회처럼 후원해주는 곳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대회 개최나 홍보하는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죠. 그렇다고 가만히 있어서야 사나이 ‘호걸’이가 아니죠. 전국 사방곳곳을 돌아다니며 최대한 알려야 한 사람이라도 더 팔씨름에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대한팔씨름협회는 최고 권위의 전국팔씨름천하장사대회를 비롯해 세계대학생팔씨름왕선발대회, 전국청소년팔씨름대회, 전국어린이팔씨름대회, 전국해변팔씨름대회 등 다양한 대회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팔씨름대회가 열리는 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점이 문 회장이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부분이다.

문호걸 회장은 명절 때가되면 각종 매체에서 출연요청이 쇄도할 만큼 인기가 높다. 사진은 MBC 라디오 ‘세상을 여는 아침’에 출연 모습.

◆ 인기 스포츠만큼 큰 매력 갖춰
팔씨름대회가 전국 지역문화 축제와 행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 되었지만 자칫 단순히 한 행사의 일부분으로 그치고 마는 이벤트로 보일 수 있다는 것. 막대한 투자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기 스포츠 정도의 대우까지는 바라진 않지만 팔씨름도 한창 주가를 올리는 이종격투기 못지않은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 문 회장의 생각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종격투기는 생동감과 박진감이 넘쳐서 팬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합니다. 한편으로는 사람에게 직접 가격하는 폭력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자칫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합니다. 이에 팔씨름은 힘을 겨루는 시합이면서 비폭력적이고 0.5초 만에 게임이 끝날 수 있는 빠른 진행이 어우러져 알면 알수록 그 매력에 푹 빠질 것입니다.”

문 회장이 처음 팔씨름협회를 설립했을 때 세웠던 목표가 있다. 먼저 대회를 많이 열어 사람들에게 팔씨름을 친숙하게 만드는 것이었고 나아가 최종 목표로 국내에서도 TV로 생중계가 되고 팬들에게 사랑받는 스타선수들도 탄생하는 인기 스포츠종목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10여년의 노고 끝에 일차적인 목표는 어느 정도 이뤘다고 보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것.

“해외에서는 팔씨름대회가 생활체육이나 문화행사가 아닌 하나의 스포츠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에 반에 국내에서는 아직 그 단계가 되기까지는 한참 멀었죠.”

문 회장은 지금도 기초체력 훈련과 함께 하루에 팔굽혀펴기 1천개 이상을 한다. 마음은 여전하지만 예순 가까이 된 세월에 장사 없기에, 선수로서의 의욕보다는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가 있어서 체력관리를 꾸준히 하고 있단다. 그가 한시라도 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팔씨름을 하면 할수록 그 매력에 빠진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꺼내는 말이 있다고 한다.

“저와 팔씨름 한판 하실래요?”


이승훈 기자         이승훈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