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공휴일, 과연 모두에게 노는 날일까?
| 2013. 08.09(금) 17: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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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간이 지나서 연예인들이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는지를 알게 되고는 이런 생각은 싹 없어졌다. 그들은 남들 놀 때 일하기에 더 벌고, 결국 이 세상에는 내가 놀기 위해서 누군가는 더 열심히 일 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는 대체공휴일제에 대한 논의를 보면 마치 대체공휴일을 노는 날처럼 인식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잃어버린 노는 날을 찾는다고 좋아하고, 학부모들은 자녀가 몇 일 더 논다고 싫어하고, 기업인은 직원들이 노는 날이 는다고 싫어하고,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하루 더 놀게 해주면 인기가 더 올라갈까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공휴일에 우리 사회에서 일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물론 40%에 해당하는 상용근로자들 중에 많은 이들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오히려 더 일을 해야만 할 것이다. 상당수의 일용근로자와 자영업자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있지만 이들 중 상당수에게는 일을 해서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우리사회의 담론과 정책은 보통 고위공무원, 언론인, 정치인, 교수, 기업인 등과 같은 상대적으로 고소득 정규직 종사자들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들의 시각에는 대체공휴일은 노는 날이다. 하지만 그들이 놀고 있을 때, 아니 그들이 즐겁게 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한다. 전 세계가 여가사회로 변해가는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의 미래에는 실제로 휴일에 노는 사람이 많아질까? 아니면 오히려 일하는 사람이 많아질까?
우리사회는 지금 중산층, 청년실업, 중년실직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리고 내수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 서비스산업을 늘려야 한다는데 거의 모든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하지만 그 서비스산업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바로 휴일에 누군가가 놀 때, 그들을 최대한 즐겁게 놀 수 있게 해주는 산업이 바로 서비스 산업의 꽃이다. 누군가 더 편하게 즐겁게 놀수록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그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의 양극화를 걱정하고 우리 산업의 수출편향 때문에 돈이 돌지 않는 것을 걱정한다면, 대체공휴일제는 오히려 시급하다. 보통 주중 5일 동안 돈을 버는 고소득자들의 자원은 보통 그 주변에 머문다. 회사 주변의 비싼 임대료 건물, 그 임대료를 감당하는 식당과 술집, 회사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생산하는 회사, 업무에 지친 근로자들은 대부분은 짜투리 여가를 TV와 인터넷으로 보낸다.
이런 모든 주중 소비의 최대 수익자들은 또 다른 근로자들이나 고소득자들일지 모른다. 우리는 그런 자원들이 더 넓게 더 멀리 더 소외된 곳으로 흘러들어가길 원한다. 그렇다면 바로 그 자원을 소비하는 곳을 다원화 시켜야 하고, 결국 일하는 날과 노는 날의 비율을 조정해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대체공휴일을 노는 날이라고 생각하는 그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물론 기존에 그날 일하던 일부 상용근로자들에게는 노는 날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날에 놀던 많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일해야 하고 일할 수 있는 기회의 날이 될 것이다. 대체공휴일제도라는 용어가 주는 ‘노는’ 인상에 빠져 반대하는 시각은 사실 한국사회의 창조적이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은 너무 피상적인 한계를 보여줘서 슬프다.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env-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