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① 신안군 증도(曾島)

해저유물 보물섬, 생태체험 관광단지

2015. 06.24(수) 18:03

태평염전에서 수차를 돌리는 모습

증도라는 지명은 증도의 어제와 오늘을 상징한다. 증도는 물이 귀하여 물이 ‘밑 빠진 시루’처럼 스르르 새어 나가 버린다는 의미의 시루섬이었다. 한자로는 시루 증甑 자를 써서 증도(甑島)라 하였다. 원래는 앞시루섬과 뒷시루섬 그리고 우전도라는 3개의 섬이었으나 앞시루섬과 우전도가 간척으로 합해져서 전증도가 되고 뒷시루섬이 후증도가 되어 2개의 섬이 되었다. 그러다가 이 두 섬 사이를 간척하여 하나의 섬으로 합쳐지면서 오늘날 ‘더한 섬, 늘어난 섬’이라는 뜻의 증도(曾島)가 된 것이다.
증도는 광활하고 오염되지 않은 갯벌과 염전 등의 습지가 존재하여 국제적으로 람사르 습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특히, 갯벌습지의 저어새 증가는 그동안의 체계적인 갯벌과 습지 보호정책의 결실이며 앞으로도 안정적인 서식지 제공과 지속적인 보호를 해야 마땅하다고 여겨진다.
증도에 가려면 4개의 다리를 거쳐 가야 한다. 먼저 전남 무안군 해제에서 지도로 가는 다리를 건너면 지도읍, 그리고 지도에서 다시 다리를 지나가면 서남해안 최대의 수산물 어판장 송도, 송도에서 다리를 건너면 사옥도, 마지막으로 사옥도에서 증도로 건너가는 증도대교를 건너야 한다.
다리가 생기기 전, 증도는 육지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지만 교통수단 때문에 고초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특히 주말을 이용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차를 몰고 찾고 있다. 증도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이다. 관광객들의 차가 들어오면서부터 보물섬으로서의 진가를 보여 줄 수 있는 관광의 섬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태평염전과 우전해수욕장

증도대교를 건너 증도에 들어서면,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염전이다. 간척으로 만든 염전과 농지가 조화롭게 펼쳐져 있다. 증도와 대조도 두 섬을 잇는 제방을 쌓고, 그 안에 대규모 염전을 개발한 태평염전은 260ha, 한국에서 단일 규모로는 두 번째로 크다.
우전리에는 우전해수욕장이라는 명소가 있다. 백사장을 따라 10만 그루의 해송이 빼곡히 들어찬 ‘한반도 해송숲’이 감싸고 있다. 이 해송숲 속에도 산책로가 있는데 모두 4개 코스로 나누어져 있다. 특히, 갯벌생태전시관을 출발해 한반도 해송숲을 가로지른 뒤 우전해수욕장을 거쳐 짱뚱어다리를 건너는 3코스 ‘천년의 숲길’은 산책로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4.2 km 길이에 최대폭 100 m의 우전해수욕장은 새의 깃털처럼 사뿐히 내려앉아 있다 해서 붙여졌다.
해수욕장 왼쪽을 바라보면 백사장 들머리에 별장 같은 건물들이 보인다. ‘엘도라도’라는 전망이 좋은 리조트 시설이다. 엘도라도는 보물섬, 황금도시를 뜻한다. 낙조와 일출을 다 볼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어 꽤나 유명세를 타고 있다. 유럽의 근사한 리조트를 쏙 빼닮았다.
엘도라도에서 5분도 채 안 되어 닿은 곳은 우전해수욕장 북쪽 지점, 짱뚱어다리가 있고 서쪽으로 몽골텐트가 있는 곳이다. 해수욕장에는 파라솔과 함께 벤치가 있다. 백사장에 설치된 파라솔과 선 베드는 마치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 휴양을 온 느낌을 갖게 한다. 해수욕장 중간을 가르는 나무로 된 다리가 있는데 이 길을 따라가면 짱뚱어다리와 갯벌전시관을 돌아볼 수 있다.
입구에 다리 안내판이 있다. 이곳 갯벌에 짱뚱어가 많아 붙인 이름이다. 길이 470m의 나무 데크 산책로인 짱뚱어다리에서는 살아 있는 증도 갯벌의 생명력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짱뚱어는 눈이 툭 튀어나온 생물인데 머리는 크고 몸은 타원형이다. 물이 빠지면 구멍에서 나와 갯벌 위를 살살 미끄러지듯 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양식이 안 되는 어종이라 짱뚱어만큼은 순 자연산이다.
만조 때 이 다리에 서면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 들고 썰물 때는 염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갯벌에서 2m 정도 위에 나무로 만들어진 짱뚱어다리를 건너다 중간에 갯벌로 내려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이채롭다. 이곳에서 붉은 해가 바다로 잠기는 것을 바라보는 낙조는 가히 환상적이다.

떠오르는 보물섬 증도
연륙이 준 혜택은 참으로 대단하였다. 목포에서 증도까지 배를 타고 가면 3시간 이상 소요되던 거리가 연륙된 길을 이용하여 1시간 30분이면 닿는다. 교통이 불편하여 지리적으로 낙후되었던 증도는 보물섬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보물섬이란 별칭이 붙은 것은, 목포해양유물전시관과 광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이 이 증도 앞바다에서 인양되었기 때문이다.
1975년 증도면 방축리에 속한 무인도인 도덕도 앞 해상에서 두 명의 어부가 어로 작업을 하던 중에 그물에 걸려 인양된 도자기를 신고함으로써 발굴이 시작되었다. 해방 이후 국내에서 발견된 보물선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유물이었다. 이 배는 1323년 중국 닝보에서 일본 교토로 가다가 풍랑을 만나 이곳으로 긴급 피란하던 중 침몰했다. 배는 하늬바람인 서풍과 북풍을 이용하여 일본까지 가려고 하다가 고려 땅 가까이에서 큰 풍랑을 만난 것이다.
이 범선은 700년 동안 깊은 바다 갯벌 속에 묻혀 있다가 인양되었다. 700년 전의 그 유물선의 난파된 모형을 그대로 만들어 증도 검산리 만들해역 무인도에 다리를 놓고 이곳에 배와 유물을 전시해 놓았다. 배 이름을 ‘트레저 아일랜드 700년 전의 약속호’라 붙여 두었다. 유물발굴 이래 증도를 보물섬이라 부르니, 말이 곧 현실이 된다 했던가. 실제로 증도는 2007년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국제적 공식명칭 인증을 받았다.
증도는 다시 생태체험지로 떠오르면서 송원대 해저유물 발굴지, 천연 해송숲, 짱뚱어다리, 우전해수욕장, 갯벌생태전시관, 엘도라도 리조트, 태평염전, 태평염생식물원, 소금박물관, 700년 전의 약속호 등 그야말로 이상의 보물섬이 현실의 보물섬으로 바뀌었고 연륙으로 더욱 활성화된 관광의 섬, ‘떠오르는 보물섬’이 되었다.
이제 증도는 한 해 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섬이 되었다. 관광객의 발길이 잦을수록 자연환경 및 생태계의 보존에 대하여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여 증도를 더욱 아름답게 가꾸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화도를 아시나요?

한편, 본도인 증도 옆에는 부속섬인 화도(花島)가 있다. 이 섬은 물이 빠지면 걸어서 건너갈 수 있는데 1.2 km의 긴 노두로 이어져 있다. 노두는 밀물 때 바다에 잠겼다가 썰물 때에만 물 밖으로 드러난다. 이 노두 옆에는 광활한 갯벌이 있어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신비의 바닷길을 거닐면서 모세의 기적을 만나고, 화도에서 낙조의 황홀경에도 빠지며 아늑한 해변에서 조개와 고둥을 잡는 등 마음껏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화도이다.
증도에 온 수많은 관광객들은 현대판 모세의 기적을 경험할 수 있지만, 예전의 화도 주민들은 노둣길에 얽힌 불편한 일들이 많았다. 증도와 화도는 거리가 어중간하고 수심이 얕아서 도선이 다니기가 불편하여 물이 빠지면 노두를 통하여 증도를 왕래했다. 그러다가 돌을 하나씩 놓고 징검다리를 만들어 건넜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 자갈로 갯벌을 메워 길의 형태를 만들었다. 그렇게 하다 자전거 도로가 겨우 났고, 이어 오토바이가 하얀 연기를 내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바닷길을 연차적으로 넓히다가, 드디어 10년 전부터는 이 길을 시멘트로 포장하여 자동차가 다니기 시작했다.
노두를 타고 꽃섬 화도로 건너가면 섬 입구 오른쪽에 정자가 있다. 마을 입구 경로당 앞이 실질적으로 마을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경로당 부근은 마을로 들어가는 길과 세트장 가는 길로 나뉜다.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주요 세트장으로 활용됐던 민가가 아직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기서의 집으로 이용된 이 집에는 드라마 안내판과 함께 민박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화도에 오는 관광객들은 꼭 이곳을 찾는다. 이 집 뒤로 해안이 있고 언덕에는 소나무들이 있다. 나지막한 방조제 위에는 벤치를 만들어 두었다. 실제로 화도라는 섬은 그리 크지 않지만 간척을 통해 농경지의 면적을 넓힌 곳으로 이곳 농경지에서도 벼농사와 더불어 마늘농사, 고추농사를 하고 있다.
섬의 남쪽 끝에는 전통가옥형의 펜션과 2층 집단시설의 펜션 등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왼쪽으로 병풍도를 비롯한 대기점도 주변의 섬들이 보인다. 그 밖에 화도와 소악도 그리고 섬 사이로 작은 섬들이 어렴풋이 겹쳐 보인다.
그런데 화도를 갈 때에는 물때를 알고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아무 때나 가면 물때가 맞지 않아 자칫 섬에 들어가지 못할 수가 있다. 물이 빠진 노두 위로 달려가는 차의 모습도 놓치지 말아야 할 명장면. 자주 볼 수 없는 진풍경이라 마치 광고 속 한 장면 같다.

짱뚱어다리

증도 관광지와 명소

▶송원대 유물매장 해역 : 증도면 방축리 인근 바다에서 중국 원나라 때 제작된 청자를 비롯한 유물이 다량으로 발굴되었다. 발굴된 유물은 침몰된 배의 조각 445편을 비롯하여 도자기 20,661점, 금속제품 729점, 돌로 만든 제품 43점, 자줏빛 나는 자작 향나무 1,017그루, 동전 28톤 18 kg, 기타 574점 등 총 23,024점이 출토되었다. 이 유물이 출토된 해역은 사적지로 지정되었다.

▶태평염전 : 우리나라에서 단일 규모로는 두 번째로 큰 이 염전은 연간 1만 6,000톤의 천일염을 생산하는 곳이다. 1953년 한국전쟁 피란민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물이 빠지면 징검다리로 건너다니던 전증도와 후증도 사이 갯벌에 둑을 쌓아 염전을 만들게 되었던 것이 시초였다.

▶우전해수욕장 : 백사장 길이 4km인 우전해수욕장 주변에는 수많은 무인도들이 점점이 떠 있고 수평선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맑은 물과 함께 울창한 소나무숲이 둘러 있어 여름날의 피서지로 그만이다. 특히 이곳 갯벌은 게르마늄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매년 여름이면 게르마늄 갯벌축제가 열리고 있다.

‘고맙습니다’ 드라마 촬영지

▶짱뚱어다리와 갯벌 체험장 : 128만 평의 갯벌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모양새가 꽤나 멋스럽다. 두세 사람이 지날 정도의 좁은 폭이지만 갯벌 위에 놓인 다리를 거니는 기분은 각별하다. 밤이면 가로등 불빛이 또 다른 세상을 보여 준다. 짱뚱어다리 계단을 내려오면 곧장 갯벌이다. 다리의 이름처럼 갯벌에서는 짱뚱어가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인다.

▶문준경 순교기념관 : 문준경은 이곳 증도에 기독교를 뿌리내리도록 한 인물이다. 현재 주민의 80% 정도가 기독교인인 것은 그녀의 역할 때문이라 한다. 증도리 교회 뒷산 기슭에 위치한 문준경 순교기념관은 아담하다. 그러나 이 건물 안쪽 모습은 시골 예배당 그대로다. 그녀와 관련된 사진 4장이 피아노 위에 걸려 있고 그녀가 세웠다는 교회들의 예배당 사진들이 쭉 걸려 있다.


- 참고도서 <이재언 저, 한국의 섬>-

최홍길 제공 jaeundo@sen.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