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관측의 진화-박관영 기상청 관측기반국장

2013. 07.20(토) 22:02

자연을 먹고 자연을 입고 살면서도, 우리가 가장 모르는 것이 자연이다. 그 중에서 날씨는 그 속내를 셈하기 힘든 소위 ‘알다가도 모르는’ 그런 존재다. 날씨와 더 친하게 지내기 위해 많은 돈과 공(功)을 들이고 있지만, 날씨는 실루엣만 살짝 보여주는 심술로 기상청 예보관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아마도 ‘날씨’라는 녀석은 자신이 사는 안방에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가까이 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음)’을 가훈으로 걸어 놓고, 예보관에 대한 경계심을 한시도 늦추지 않고 있을 것 같다는 상상마저 들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 우리의 뒤통수를 칠지 모를 날씨에 대한 기상청의 사주경계(四周警戒: 사방을 두루 경계함) 또한 만만치 않다. 그 중심에는 ‘기상관측’이 있다. ‘기상관측’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대기상태를 숫자나 그림을 통해 눈에 보이는 기상(氣象)으로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예나 지금이나 초등학교 운동장 한 구석에 늘 익숙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 있다. 날씨를 관찰하는 도구로서, 과학 탐구의 상징으로서 그간 자리매김 해왔던 백엽상(百葉箱)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는 세월의 흐름 속에 동심의 색깔로 입혀져 우리들의 기억 속에 조그맣게 남아있지만, 오랜 세월 동안 백엽상은 ‘기상관측’의 대명사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데 이 백엽상이 우리의 시야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기상기술의 발전에 따라 백엽상의 역할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백엽상과 똑같은 환경 조건을 가진 보온 도시락만한 조그마한 장치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온도계를 직접 눈으로 보는 시대에서 측정기가 자동으로, 분 단위까지 온도를 측정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기상관측’의 자동화는 기상청의 주요정책으로 추진되어 왔다. 사실 백엽상의 역할은 오래 전에 끝나서 일부만 견학용으로 유지되어 오고 있는데, 이마저도 곧 사라질지 모른다. ‘기상관측’은 아직도 백엽상에서 한다는 오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빙글 빙글 돌아가면서 바람을 측정하는 풍향계와 풍속계도 마찬가지다. 초음파를 이용하여 바람을 측정하는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 점차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대기술의 발달은 기상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관측기술의 발전은 ‘기상관측’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이끌어 내고 있다. 40층 이상의 초고층 아파트가 점차 많아지는 추세니, 그동안 지상 10m 이내에서 이루어지던 ‘기상관측’의 개념도 변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실제 생활하고 있는 고도에 맞춘 날씨 측정이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고도별 상세한 기상분석을 바탕으로,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전남 보성지역에 건립한 ‘종합기상관측탑’이 오는 9월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종합기상관측탑’은 서울의 63빌딩보다 높은 307m로, 탑의 높이별로 장기간 공기의 흐름을 분석해서 돌발적인 기상변화를 포착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이뿐 아니라 높이에 따른 날씨 적응을 위한 층별 건물설계도 등 산업에서 응용할 수 있는 분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5월에 취항한 기상전용 관측선박인 ‘기상1호’는 관측의 사각영역에 놓여 있었던 해상의 날씨를 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하늘도 중요하다. 기상청은 몇 개 지점으로 제한된 상층대기관측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기상전용 항공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기상전용 항공기는 우리나라 일기예보에서 매우 중요한 서해 상층의 기상상황을 예보관에게 즉시 전달하여, 수 시간 내에 닥칠 수 있는 위험한 기상상황 예측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또한 인위적으로 비를 만들어 내는 기상조절 실험, 황사 감시, 대기오염 측정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여 중요한 ‘기상관측’ 인프라 역할을 할 것이다.

미래는 과거로부터 출발하여 현재와 연결되어 있다. 현재를 알지 못한 상황에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눈감고 지팡이 없이 다니는 것과 다름없다. 예보관이 ‘기상관측’ 정보를 중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국 수백 곳 중 한 지점의 ‘기상관측’ 정보가 날씨 오보와 연결될 수 있는 결정적 자료로 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날씨관측은 육상, 해상 그리고 하늘에서 동적 입체화로 진화될 것이다. 밑그림은 이미 그려져 있다. 하지만 그 입체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과정이 녹록치 않다. 많은 예산과 기술적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기상관측망이 동북아 중심 채널로서 기후변화 감시를 주도적으로 리드할 시기가 멀지 않았다.





박관영 기상청 관측기반국장 env-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