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을 넘어 깨달음을 얻은 푸쉬케
| 2013. 08.28(수) 11:28 |   |
"사랑하는 아들아, 저 교만한 아가씨의 가슴 속에 보잘 것없는 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불러일으켜 다오. 그렇게 되면 그녀가 지금 받는 기쁨과 승리가 큰 만큼 장차 받게 될 굴욕도 크리라."
에로스는 어머니의 명령을 받고 어머니의 정원에 있는 쓴 물이 솟아나는 샘물과 단 물이 솟아나는 샘물을 한병씩 담아 자고 있는 프쉬케에게로 갔다. 그는 있는 프쉬케의 입술 위에 쓴 샘물을 두어 방울 그녀의 입술 위에 떨어뜨린 뒤 그녀의 옆구리에 화살 끝을 댔다. 그러자 그녀는 눈을 떠 에로스를 바라보았다. 에로스는 당황하여 자기 화살에 상처를 입었다. 그는 자기가 저지른 장난을 취소하려고 그녀의 비단결같은 그녀의 머리 위에 향기롭고 달콤한 물방울을 뿌렸다.
그 뒤부터 프쉬케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그녀를 사랑하여 청혼하는 사람은 없었다. 프쉬케보다 덜 아름다운 언니들은 오래 전에 왕자들과 결혼하였으나 프쉬케는 사랑을 구하는 사람없이 고독하게 지내야 했다.
프쉬케의 부모들은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신들의 노여움을 샀으리라 생각하고 신에게 물어 다음과 같은 답변을 얻었다.
"그녀는 인간에게 시집을 갈 팔자가 아니다. 그녀의 장래의 남편이 산꼭대기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괴물로서, 신이나 인간도 그에게는 반항할 수 없다."
모두들 놀랐다.
프쉬케는 이렇게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 왜 이제 와서 저의 신세를 슬퍼하세요. 사람들이 저에게 부당한 명예를 씌우지 않았습니까. 사람들이 저를 아프로디테라고 불렀을 때 슬퍼하셨어야 합니다. 그런 칭호를 들은 벌이 제게 내린 것입니다. 저는 운명에 순종하겠어요. "
산꼭대기에 혼자 남겨진 프쉬케는 두려움에 떨며 눈물에 젖었다. 이때 친절한 제퓌로스(서풍)가 그녀를 꽃이 만발한 골짜기로 실어다 주었다. 그곳에는 커다란 나무가 울창한 숲이 있었고 숲 한가운데는 맑은 샘물과 커다란 궁전이 있었다.
궁전 안에 들어가니 사람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렸다.
"여왕이시여, 그것은 모두 당신 것입니다. 당신이 듣고 계신 목소리는 당신의 시종인 우리들의 목소리입니다."
시종들은 목소리로 그녀를 친절하게 안내해주었고 맛 좋은 음식과 음악을 선사했다.
프쉬케의 남편은 밤이 어두워야만 왔고 날이 밝기 전에 집을 나갔다. 그러나 그의 음성은 사랑에 가득찼고 프쉬케도 부드러운 음성을 들으며 사랑을 느꼈다. 그러나 얼굴을 보여 달라고 간청은 들어주지 않았다. 프쉬케는 부모님과 언니들에게 자기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언니들을 초대해도 좋다는 승낙을 받았다.
언니들은 행복하고 화려하게 생활하고 있는 동생을 보자 은근히 질투가 일었다.
"얘, 프쉬케야, 넌 아폴론의 신탁을 잊지 않았겠지? 아폴론은 네가 무서운 괴물과 결혼할 팔자라고 하지 않았니?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너의 남편은 무서운 뱀인데 나중에 네가 포동포동해진 다음에 삼켜버린다는 거야. 그러니까 등불과 칼을 준비해 두었다가 남편이 깊이 잠든 뒤에 확인해 보고 사실이라면 괴물의 머리를 베어 다시 자유를 찾아라."
프쉬케는 그 언니들 말대로 남편이 잠들자 등불을 켰다. 그러나 남편은 괴물이 아니라 아름답고 매력적인 미남이었다. 바로 에로스였다. 그녀가 남편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등불을 기울이자 불붙은 기름 한 방울이 그의 어깨에 떨어졌다. 에로스는 눈을 떴다.
"아니, 당신은 나를 괴물로 여기고 나의 머리를 베려고 했단 말이오? 나는 어머니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당신을 아내로 맞이했는데……. 언니들한테로 돌아가시오. 우리는 영원히 이별할 수밖에 없소. 사랑은 의심과 함께 살 수 없는 법이니……."
궁전도 정원도 다 사라졌고 프쉬케는 언니들에게로 돌아와야 했다. 프쉬케의 이야기를 들은 언니들은 겉으로는 슬퍼하는 척 했지만 속으로는 기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신이 자기 둘 중에 하나를 택할 것이라 생각하고서 아침 일찍 산에 올랐다. 그리고 산꼭대기에 이르러 제퓌로스를 불렀다.
"나를 받아서 너의 주인이 있는 곳에 데려다 주렴."
그러나 제퓌로스가 받쳐주지 않았기 때문에 심술궂은 언니들의 몸은 산산조각이 되었다.
프쉬케는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으면서 남편을 찾아 밤낮으로 방황하다가 높은 산꼭대기에 있는 훌륭한 신전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곡식더미와 농기구들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다. 프쉬케는 그곳을 깨끗이 정돈해 높았다. 그곳은 대지의 여신 케레스의 신전이었는데 여신은 푸쉬케가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가엾은 프쉬케, 비록 아프로디테의 미움에서 벗어날 길을 없지만 그녀의 기분을 누그러뜨릴 수는 있다. 아프로디테에게 가서 무릎을 꿇고 겸손하게 용서를 빌어라. 그러면 네게 은총을 베풀어 너의 남편을 도로 찾도록 해줄 것이다."
이렇게 하여 아프로디테를 찾아간 프쉬케는 몇 가지 시험을 받았다. 창고에 가득 쌓인 곡식들을 하루만에 종류별로 구분하는 일이었다. 프쉬케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앉아 있는 동안, 에로스는 개미를 선동하여 프쉬케를 돕도록 했다. 그 다음에 아프로디테는 값진 양모의 견본을 모아오게 했다. 이번에도 프쉬케는 하신(河神)의 도움을 받았다.
금빛 양모를 한아름 안고 돌아오자, 아프로디테는 또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 일도 네 힘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번에는 이 곳에 있는 상자를 가지고 지옥으로 가서 페르세포네에게 이렇게 말해라. '나의 여주인 아프로디테가 당신의 화장품을 조금 나누어 주시기를 원하십니다. 아들을 간호하시느라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약간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너무 지체해서는 안된다. 나는 오늘 저녁에 얻어온 화장품을 몸에 바르고 신들과 여신들의 파티에 참석해야 하니까."
프쉬케는 이제 죽음이 가까이 왔다고 믿고 몸을 거꾸로 떨어뜨려 지옥으로 가려고 생각했다. 그때 탑 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지옥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다만 페르세포네가 상자를 주거든 그걸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충고와 함께.
목소리의 도움으로 임무를 마치고 다시 햇빛을 보게 된 프쉬케는 기뻐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다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러나 그 속에 아름다움은 없고 진짜 지옥의 잠만이 들어 있었다. 잠은 프쉬케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깊은 잠 속에 빠지게 했다.
한편 에로스는 상처가 아물자 프쉬케가 보고 싶었다. 아프로디테가 문을 잠갔기 때문에 그는 창틈으로 빠져나와 프쉬케에게로 갔다.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 잠을 다시 끌어내어 상자에 가두고 자기의 화살로 가볍게 찔러 프쉬케를 깨웠다.
"당신은 또 전과 같은 호기심 때문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소. 이제 어머니가 분부하신 임무를 완수하시오, 그 밖의 일은 내가 하겠소."
에로스는 제우스에게 달려가 둘의 사랑을 이뤄 달라고 간청했다. 제우스의 설득으로 아프로디테도 마음을 돌렸다. 이렇게 해서 프쉬케는 신들이 먹는 암부로시아(늙거나 죽지 않는 음식)를 먹고 신이 되었다. 오랜 시련을 넘어 마침내 프쉬케는 에로스와 결혼하였다.
프쉬케의 이야기는 서양의 동화나 전설의 원형이 되었다. 동화를 읽다 보면 프쉬케가 겪은 것과 비슷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된다. 온갖 시련을 넘어 마침내 사랑을 얻게 되는 프쉬케 이야기는 많은 연인들에게 사랑의 승리를 되새기게 한다.
문달주 발행인 env-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