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로 국민행복·국가발전 두 토끼 잡는다
| 2013. 09.02(월) 22: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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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12년 런던 올림픽경기에서의 성과를 보라. 메달 순위 5위. 전 세계 203개 참가국 가운데 올린 쾌거다. 불과 40여년만의 놀라운 성장이다. 올림픽 성적만이 아니다. 아시안게임, 동계올림픽경기, 유니버시아드대회와 같은 종합스포츠제전, 그리고 월드컵경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세계수영선수권대회와 같은 단일종목 메가스포츠이벤트들의 유치와 개최 실적은 G20 국가들 중에서도 단연 선두에 속한다.
외형적 성과로 보면 우리나라는 이미 스포츠선진국 대열에
외형적 성과만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이미 스포츠선진국 대열에 섰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단기간에 손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 수십 년간의 정책 지원을 통한 체계적인 계획과 집중적인 투자의 달콤한 열매다. 1990년 일명 “호돌이 계획”에서 출발해 한국 스포츠발전의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한 5차에 걸친 국민체육진흥계획의 산물이다. 1982년 체육부의 설립과 함께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지속된 스포츠 발전정책의 성과다. 오늘날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국가차원 지원정책의 결실이다.
‘스포츠비전 2018’은 이러한 노력의 최신 버전이다. “스포츠로 대한민국을 바꾼다”는 기치아래, 스포츠로 사회와 국격과 미래를 바꾸는 정책과 사업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 초석으로서 스포츠 자체를 바꾸는 계획을 준비하였다. 이전 종합진흥계획들과의 연계성과 차별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노력이 분명하고도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스포츠의 가능성을 극대화해서 스포츠가 삶의 방식으로 정착되고 스포츠로 문화융성을 실현시키려는 새정부의 비전과 의지가 가득 담겨져 있다.
스포츠, 국민적 수준은 물론 국가적 수준에서도 매우 중요한 자원과 요소
오늘날 그 어떤 선진국도 스포츠의 가치를 저평가하지 않는다. 스포츠가 국민적 수준은 물론 국가적 수준에서도 매우 중요한 자원과 요소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우선, 선진국 국민은 의식주의 충족을 훨씬 넘어서 문화, 교육, 정치에서의 높은 만족을 원한다. 그 중 문화의 중심에 바로 스포츠가 있다. 문화역량이 높은 문화선진국은 스포츠를 통해서 국민의 만족감을 증폭시키는 정책을 전개시킨다. 자국민이 스포츠를 일상의 문화로서 누릴 권리, 환경, 제도가 충분한 곳으로 나라를 가꾸어나간다.
또한, 국가 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스포츠 수준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취한다. 축구 1등, 야구 1위도 기술력 1위, 수출 1등처럼 동일한 국가적 우월감과 국민적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 스포츠 선진국들은 이 사실을 일찍이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여러 나라의 스포츠 경기성과와 주요 요인들 간의 관련성을 분석한 SPLISS(Sport Policy Factors Leading to International Sport Success) 연구결과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국제스포츠에서의 성공은 국가의 정책적 지원과 재정적 투자에 정비례하는 것이다.
영국·캐나다·일본 등 선진국들도 스포츠 진흥 국가종합계획 마련
이런 이유로 스포츠 진흥을 위한 국가종합계획을 마련하는 작업은 이제 선진국의 필수 활동이 되었다. 영국은 그 가운데 가장 활발히 스포츠정책을 개발하여 2000년 ‘A sporting future for all’으로 시작해서 2008년 ‘Playing to win: A new area for sport’를 마련하였다.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에는 곧바로 청소년스포츠 진흥을 위한 ‘Creating a sporting habit for life: A new youth sport strategy’를 추진하였다. 캐나다는 2002년 처음으로 국가계획을 마련하였으며, 2012년 ‘Canadian Sport Policy 2012’을 야심차게 준비하여 2022년까지 십년간의 투자를 추진하려 한다. 일본은 2000년 ‘스포츠진흥기본계획’을 시작으로 2010년 ‘스포츠입국전략’을 확정하였다. 2011년 가장 최근에는 ‘스포츠기본계획’을 수립하여 향후 십년간의 스포츠정책 지원을 강조하였다. 이밖에 호주, 싱가폴, 프랑스 등도 뒤지지 않고 있다.
스포츠종합진흥계획의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는 이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역사와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스포츠비전 2018’은 그 방향에 있어서도 생활체육, 학교체육, 전문체육을 하나로 묶어 육성하고 발전시키려는 통합적 진흥을 추구하고 있다. 세 영역의 유기적 연계를 완성시켜 선진국형 스포츠 운영체계를 구축하고 참여자가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효과적 시스템을 마련하려 한다. 그를 통해서 한국인으로 하여금 하루라도 스포츠를 하지 않으면 팔다리에 거미줄이 느껴지는 것처럼 만들려 한다. 식사하고 차마시는 것처럼 스포츠가 완전히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되기를 추진한다.
문화의 한 영역으로서 스포츠를 향유할 수 있도록 시설, 프로그램, 제도 지원
무엇보다도, 건강의 일차적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문화의 한 영역으로서 스포츠를 향유할 수 있도록 시설과 프로그램과 제도를 지원해주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 주목할 만한 점이다. 이전처럼 단순히 개개인이 참여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격려하는 차원을 넘어서, 국민 전체의 스포츠참여 문화를 긍정적으로 변모시키는 질적 변화를 도모하려는 의지가 두드러진다. 국격의 상승과 문화의 융성이라는 질적인 고려는 이번 계획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지난 계획들로부터 차별된 특징이고 커다란 진전이다.
새정부에서는 “행복”이라는 표현을 유난히 많이 듣게 된다. 행복교육, 행복경제, 행복체육 등등, 모든 정책의 종착지가 국민행복이라는 곳임을 확인시킨다. 이것은 올바른 지향이다. 새정부가 희망하는 것은 국민행복에 기반한 국가발전이다. 스포츠를 통해서 국민행복을 이끌며 나아가 국력의 성장을 기대하는 것이다. 지난 동안은 체육행복의 양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왔다고 한다면, 이번 계획에서는 그것의 질적 측면에도 주된 관심을 둔다고 할 수 있다. 종합과자세트 상자의 크기를 더 크게 만들어 과자종류를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각 과자의 모양과 향과 맛도 더욱 향상시켜 소비자의 만족도를 배가시키겠다는 것이다.
향후 5년간 ‘스포츠비전 2018’은 국민행복과 국가발전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다. 안으로는 국민의 행복을 드높이고 밖으로는 국가의 성취를 널리 알릴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의 “스포츠력”(sport power)을 한 차원 높게 상승시킬 것이다. 스포츠력이란 한 나라가 스포츠와 관련해서 지닌 직접적, 간접적 역량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 국제대회 경기수준, 생활체육 기반조성 수준, 학교체육에의 참여수준, 세계스포츠계에서의 외교수준, 스포츠와 관련된 문화와 정신의 수준 등이 종합적으로 만들어내는 힘이다. 이미 비공식적으로 국가경쟁력의 주요 척도로서 작용하고 있다. 체력이 국력이던 시대는 오래전 지났다. 이제는 스포츠력이 국력이다.
스포츠 전문인력 육성, 다른 문화영역과 융합 등 정책 노력 필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의 5년이 참으로 기대된다. 그 기대감이 한껏 충만해질 수 있도록 두 가지만 언급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이 모든 좋은 사안들을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수행해낼 스포츠전문인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스포츠코칭, 스포츠산업, 스포츠행정, 스포츠교육, 건강체력, 스포츠외교 등 모든 영역에서 이 일을 수행할 최일선의 인력들을 발굴하고 육성하고 전문직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누락되어있다.
둘째, 문화융성의 관점에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스포츠가 문학, 미술, 음악, 무용, 영화, 연극 등 다른 문화영역들과 융합되어 발전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노력이 미흡하다. 스포츠 안에 여타 문화영역의 콘텐츠가, 여타 문화영역 안에 스포츠의 콘텐츠가 융합되어 한국만의 독특한 스포츠문화, 또는 문화스포츠의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소실되어있다.
이 점들이 반드시 보완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문화체육관광부가 대망하는 문화융성의 기획으로서 ‘스포츠비전 2018’이 온전하게 설 수 있다. 희망하는 것과 성취되는 것, 명과 실이 서로 일치되기 위해 필요한 2%가 충실히 채워질 수 있다. 하반기에 계획된 분야별 세부추진안 발표를 설레는 마음으로 손꼽아 기다려본다.
최의창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env-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