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혁신의 길, ‘특허정보’가 답이다
| 2014. 06.12(목) 14: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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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R&D)은 과제의 발굴, 기획부터 연구 수행과 결과의 활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긴 여행과도 같다. 그런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앞은 깜깜한데 지도는커녕 방향조차 막연하다. 더욱이 중간에 경쟁자가 매설해 놓은 ‘특허 지뢰’, 먹잇감을 기다리는 ‘특허 괴물’이 즐비하다. R&D에 있어서도 객관적인 정보에 근거해 유망 기술을 제시하고, 연구결과물의 결정체인 핵심 특허를 단시간에 가장 효과적으로 획득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네비게이션 같은 것은 없을까?
독일 막스프랑크 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든 지식의 80%는 특허문헌으로 공개되고, 특히 특허문헌에 공개된 발명 중 71%는 다른 문헌으로는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기업이 유망한 분야라 보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개발한 신기술 특허가 매년 200만 건 이상 공개되고 있다. 이러한 특허정보만 잘 분석하면 지금 어느 기술이 뜨고 있는지, 경쟁자는 어떤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지, 현재 비어 있는 분야는 어디인지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특허와 연구개발의 연계전략(IP-R&D)’이다.
IP-R&D는 신지식의 바다인 특허문헌을 특허전문가가 정밀하게 분석하여 그 결과를 연구자가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새로운 접근법이다. 전 세계에 공개된 수많은 특허를 분석하여 최적의 연구개발 방향을 제시하고 피할 수 없는 경쟁사의 핵심특허가 있다면 마치 막힌 도로를 우회하듯이 회피설계·무효화 등 대응전략을 제시하는 IP-R&D는 바로 ‘R&D 네비게이션’인 것이다.
특허청은 2008년부터 IP-R&D 방법론을 개발하고 정부 부처 및 중소기업의 R&D 효율 제고 사업을 시행해 오고 있다. 최근 이러한 방법론이 점차 확산되어 상당한 기업에서 IP-R&D를 연구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R&D 현장 점검차 방문했던 중견기업 H사는 연구소 내 특허분석 전담조직을 두고, 자사 사업분야의 국내외 최신 특허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이를 사업부서와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제품 개발, 시제품 출시 및 상용화의 전 과정에 특허관점의 대응전략을 수립하여 유망특허를 선점하고 특허분쟁을 피해 가고 있었다. 심지어는 특허에 포함된 발명자·출원시점·출원내용 등을 심층 분석하여 경쟁사의 사업 방향과 핵심 개발자의 이력까지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랍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대다수 기업·연구소에서는 IP-R&D의 유용성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연간 18조 원 가까이 투입되고 있는 국가 R&D에서 특허는 여전히 과제 종료 시 산출되는 부수적인 결과물로 인식될 뿐, IP-R&D와 같은 접근법은 적극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가 R&D의 특허성과는 2012년 1만1000여 건이 특허등록되는 등 최근 5년간 매년 15% 이상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우수특허 비율은 외국인의 1/8에 불과하고 기술이전율도 27%에 그치는 등 질적 성과는 저조하여 돈 안되는 특허만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이제 우리나라는 그간의 시장추격형(Fast-Follower) 성장의 한계를 뛰어넘어 원천·핵심특허를 무기로 시장을 선도(First-Mover)하는 창조경제 구현을 국정목표로 삼고 있다.
연구개발 전 과정에서 창조경제의 핵심자산인 지식재산(IP), 즉 특허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도록 R&D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R&D 전 주기에서 어떻게 IP를 활용할 것인가?
먼저, R&D 과제를 발굴하고 기획할 때부터 특허관점에서 기술의 부상도, 파급력, 원천성 등 다양한 지표를 분석하여 유망기술을 도출하고 이들 기술을 집중 연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당 분야의 일부 전문가와 연구자들이 모여 직관과 파워게임에 의해 과제를 선정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과제를 수행하는 단계에서도 연구목표를 핵심특허 확보에 두고, 경쟁자의 핵심특허를 찾아 면밀히 분석하여 대응전략을 수립하면서, 필요하면 연구방향도 수정하는 등 IP-R&D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구종료 후에도 특허의 가치에 따라 해외 진출을 위한 국제특허를 확보하거나, 특허의 등록 유지, 기술이전·사업화 등에도 특허정보 분석을 활용하는 전략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특허청은 정부 각 부처, 대학, 공공연 뿐만 아니라 일반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R&D 전 과정에서 특허정보를 활용하여 우수특허를 창출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허관점의 유망기술을 도출하는 특허전략 청사진 구축 사업, 특허기술동향조사 사업, 연구 과정에서 특허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지재권 중심의 기술획득전략 사업 등이 그 예다.
R&D 전 과정에 특허정보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R&D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처음부터 원천·핵심특허를 겨냥해 R&D를 추진함으로써 실패 위험도 최소화하고, 이들 특허를 무기로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낯선 여행길에 네비게이션이 있으면 두렵지 않고 방향을 잃을 염려도 없다. R&D 여정에 있어서도 IP-R&D란 네비게이션이 있는데 굳이 옛날 지도를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
김용선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과장 env-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