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차 산업혁명 간 쉼표의 의미

2016. 09.20(화) 14:29

‘4차 산업혁명의 이해(Mastering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가 금년 세계경제포럼(WEF)의 주제가 되면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를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지능 정보기술이 핵심인 지능정보사회 원년으로 선포하면서 모든 것이 연결되고 보다 지능적인 사회로의 진화를 구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에 부응하여 정부의 대응방향도 민간과 정부부처가 모두 함께 협력하여 지능정보산업 생태계 등이 조성되면 융합 신산업을 확산하고 사회구조는 혁신하면서 지능창조경제에 기반한 인간 중심, 저비용· 고효율 지능정보사회 실현이 가능하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이는 3차 산업혁명이 컴퓨터 정보화와 자동화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은 AI 등 첨단기술의 융합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것이란 확신에 근거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으로 보느냐, 제리미 리프킨이 정의한 3차 산업혁명의 의미처럼 아직도 세계는 3차 산업혁명의 진행 중이냐는 여기서 중요한 논의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이 “ 4차 산업혁명 핵심은 디지털, 바이오, 오프라인의 기술을 융합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어 제리미 리프킨의 3차 산업혁명 대두를 가능하게 했던 기술변화 즉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결합을 포함하는 개념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산업혁명 경로에서 기술변화와 사회변화를 동시에 견인할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추진 상황을 살펴보는 것은 산업혁명의 인프라를 갖춘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산업혁명은 과학기술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 시대를 지배하는 과학적 인식·이론·관습·사고·관념·가치관 등이 결합된 총체적인 틀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1차에너지 대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안타깝게도 2013년 국제에너지개발기구(IEA) 기준 2.1%로 OECD 34개국 중 34위이다. 또한 추석명절을 앞두고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지진은 과거와 달리, 400차례가 넘는 여진을 동반하게 되면서 지진 안전성을 충분히 검토하여 주변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했다는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대체에너지로서 신재생에너지 활용에 대한 시민사회의 압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은 명약관화하다.

인간은 본성에 따라 기술을 만들지만, 자기가 만든 기술에 의해 본질적인 변화를 경험한다. 그러므로 그 시대의 공공가치를 중심으로 기술발전의 방향을 견인하고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산업혁명에도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되도록이면 뚜렷하게 정리하는 쉼표가 필요한 이유이다. 현 단계에서 산업혁명은 부상하는 협력의 시대를 위한 기초적 인프라를 마련하는 일을 포함하며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에너지민주화는 인간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해 비즈니스와 정치, 자녀 교육의 방식은 물론이고 시민 생활에 참여하는 방법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이루어진 지구의 풍력 생산능력에 관한 연구에서는 지구에서 이용 가능한 바람의 20%를 활용하면 현재 세계가 사용하는 전기의 일곱배에 달하는 양을 공급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면적으로 재생에너지 자원이 부족하다는 일부 전문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기존 시스템을 신재생에너지를 대체해야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것이 또한 새로운 과학기술 거버넌스는 기술 중심의 전문가 독점도, 이익 중심의 자본가 독점도 아닌 공공가치 중심의 시민 참여를 통하여 형성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즈음 우리 사회의 현실은 문제와 해답, 부작용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실수가 반복되고 선진국 진입을 막는 하류국가 바이러스가 사회전반에 확산됐지만, 이를 바로 잡아야할 시스템이 고장났다는 것이다. 지금이 3차 산업혁명의 진행 중이든, 4차 산업혁명의 출발점에 있든, 진정한 문제는, 기술격차 문제가 아니고 단순한 기술격차로 인식하고 있는 사고의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선택과 집중 기술로 국가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 그리고 지금은 인간과 사회와 자연을 여전히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한 비용과 투입물로 간주하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 유전인자에는 예전부터 전해져 오는 콩 세 알정신이 있다. 우리농부들은 예로부터 농사를 지을 때 구멍 하나를 파서 콩 세 알씩을 묻는다. 한 알은 땅에 서 사는 벌레가 먹고 또 한 알은 하늘을 나는 새가 먹고 마지막 남은 한 알은 싹을 틔워 인간이 먹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만이 아니라 벌레와 짐승까지 모두가 생태계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우리를 지배해왔던 산업사회의 배타적 경쟁원리를 넘어 자율과 협동과 공생의 삶을 실천하자는 것일 게다. 항간에 떠도는 산업혁명을 논하기 전에 꼭 한번은 곱씹어 봐야 할 쉼의 미학이다.


APEC 기후센터 전문위원 김영신 fallbird@apcc21.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