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에서 기상기후서비스업은 오케스트라의 앙상블

2016. 10.11(화) 10:08

지난해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정이 오는 11월 4일 발효된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10월 5일까지 협정에 참여한 195개국 가운데 73개 국가가 비준을 하였고 이들 국가가 전 세계 온실가스의 56.87%를 배출하고 있어, 파리기후변화협정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5%를 책임지는 최소 55개 국가가 비준하면 발효된다는 조건을 충족해 30일이 경과되면 발효한다.”고 밝혔었다. 교토의정서가 1997년 채택 후 발효까지 7년이 걸렸는데 이번 협정은 채택된 지 불과 1년도 안된 사이에 비준요건을 충족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는 매우 다르다. 그동안 이 협정의 합의문에 서명한 195개국 당사국은 국내 의회의 승인 절차를 밟아왔다. 교토의정서 체제 아래서 우리나라가 기후변화 대응에 소홀히 하는 동안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미국, 중국 그리고 인도까지 모두, 비준한 73개국에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 북한까지...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파리기후변화협정 비준 안은 국회에서 아직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혹자는 아직 비준 안에 서명하지 않은 국가가 아직도 많은데 왠 호들갑이냐고 질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중재자가 되겠다고 국제사회에 천명한 바 있는 우리나라 입장을 고려한다면 무책임한 언급일 수 있다. 신기후체제에 대한 늑장 대응은 정부의 기후변화에 대한 무관심을 보여주고 있다는 인식이 높다. 기후변화 대응에 소홀히 하고 있는 흔적은 여전히 많다. 지난 9월12일 발생한 규모 5.8 경주 지진은 한반도에서 지진관측이래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그동안 알게 모르게 한반도가 지진안전지대라는 전제하에 설치된 원자력발전소의 지속적 유지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이례적으로 10월에 내습했고 아무리 예측이 어려운 변수가 많았다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예보된 태풍 차바에 주택, 도로가 물에 잠기고 산업시설까지 물폭탄을 맞아 초토화된 것도 기후변화 대응에 소홀히 한 우리의 민낯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이번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의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탈바꿈한 성공적인 사례지만 과거처럼 높은 성장률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과 산업의 가치를 평가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을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는 ‘최고의 실력과 독주자로도 손색없는 단원들 각자의 실력과 예술적 열정을 겸비한 비르투오소, 동료연주자와의 하모니 속에서 전문 역량을 발휘하고 심화하는 소그룹이 활성화된 합주단의 앙상블, 그리고 뛰어난 음악성과 창의적인 리더십을 갖춘 지휘자인 마에스트로 이 세가지 요소가 하모니를 이룰 때 최고의 연주가 탄생한다.’고 한다. 하모니가 필수조건이면서도 최고 오케스트라의 세가지 요소에는 속하지 않는 것은 최고가 가지는 당연한 가치 때문으로 생각된다. 오케스트라는 세가지 요소에 대한 역량이 대부분 출중하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는 앙상블의 소통역량에서 차별화된다는 뜻일 게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되면 기상산업이 활성화된다는 것이 국제 기상산업계의 불문율이다. 기상산업은 그만큼 선진국형 산업인데 우리나라는 10년 전에 이미 2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런데 미국, 일본 등 기상산업 선진국의 기상서비스업의 구성 비율 77~82%, 반면에, 한국의 기상서비스업의 비율은 불과 6.2%이다. 세계경제의 80%가 날씨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데 장작이 아무리 많아도 불쏘시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다시 말해서 기상기후서비스가 플랫폼에서 공간정보나 의료정보와 융합하여 다른 산업에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가치를 인정받을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의 미래산업에도 불행한 일이다.

기상산업진흥법 제 2조에 따르면 ‘기상산업’이란 기상 관련 상품을 제조ㆍ공급하거나 용역을 공급하는 산업을 말한다. 이는 기상산업(Meteorological Industry)이 날씨산업(Weather Industry)과 기후산업(Climate Industry)을 포함한 개념임을 의미한다. 그런데 기상기후공동체는 기상산업으로 쓰고 기상기후산업으로 이해하지만 시민사회에서 인식하는 기상산업은 기후 분야를 제외한 날씨산업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인식 때문에 기상기후공동체가 기후변화 폐해를 알리는데 소홀히 한 반면, 시민사회는 기후변화 모니터링에 소홀히 하고 있다. 기상기후공동체와 시민사회 간 소통이 좀 더 적극적이었다면, 파리기후변화협정이 우리나라 참여 없이 발효되도록 방치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경쟁력 있는 기상기후서비스로 신재생에너지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더라도 원전 의존도를 높일 수 있었으며, 기상기후정보와의 융합으로 파생정보 생산이 활성화되고 관련 산업에 적시에 제공됐더라도 예보된 태풍에 주택, 도로, 그리고 산업시설까지 물에 잠길 수 있었으며 시민사회가 이처럼 허술한 대책을 방치할 수 있었을까?
4차 산업혁명을 통하여 더욱더 빛을 발휘하게 될 정부 3.0과 창조경제의 적자로서 기상기후서비스업의 불쏘시개 역할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APEC 기후센터 전문위원 김영신 fallbird@apcc21.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