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기후서비스 플랫폼과 균형
| 2017. 01.12(목) 15: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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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2017년 새해 한국경제 기상도는 국내외 악재로 한마디로 '매우 흐림'이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미국발 금리인상 악재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 둔화와 북핵 도발 가능성 등 경기 하방 위험이 곳곳에 널려있다. 안으로는 청탁금지법과 산업 구조조정, 탄핵정국 등이 단기적으로 경제에 부담스러운 요소이면서 쉽게 해법이 보이는 상황도 아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 7%가 있다는 것이 오히려 희망이 되는 것은 왜일까? 역사학자로 변신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우리 나라 사람에게, 유구한 역사를 이어왔고 산업화 과정에서 초고속 성장을 일군 한민족 특유의 경쟁력인 유전인자가 있다고 했는데 그러한 낙관적 믿음에 대한 공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10년도 넘은 일이지만 필자는 공직에 있으면서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의 성장엔진으로서 기상정보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기 위해 연구기관으로 파견된 적이 있다. 1995년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당시 정부는 2001년에 2만 달러를 넘고 2005년이면 3만 달러를 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흔히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되면 기상산업이 활성화된다는 것이 불문율이었는데 2003년 당시 매출액은 84억원에 불과했으니 산업으로 분류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시기였다. 그랬던 매출액이 2015년 기준 3,719억 원으로 12년 사이 45배가 늘었다. 매출액 차원에서는 성공한 셈이지만 산업구조적인 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미국 일본 등 기상산업 선진국의 기상산업구조는 기상기후서비스가 매출액의 80%를 차지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80% 이상이 장비관련 사업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상산업은 자신의 매출액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사회경제적 역할은 타산업의 불쏘시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회복되는데 5년이 걸릴 것이라고 믿는 국민이 많다. 하지만 1~2년 안에 회복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 국민도 열 명에 한 명은 있다. 우리 국민이 새해에 가장 듣고자 하는 소식이 ‘고용 확대와 청년 실업률 감소’라고 한다. 우주의 기는 아니라 할지라도 순수한 촛불 민심을 모은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촛불이 어디에 있겠느냐. 추한 사람들의 국정농단으로 잠시 흔들리고 있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결코 흔들리지 않고 깨어있는 시민들의 집단지성도 있지 않는가? 다만, 경제는 소비하고 투자하는 이들의 심리에 크게 좌우한다. 그런데 올해 소비를 줄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장기 불황에 대비해 허리띠를 졸라 매려는 것이다. 이러한 암울한 전망들이 현실화될까 우려된다. 이러한 점에서 기상기후서비스도 촉매로서 역할이 중요하다. 기상기후서비스는 기술적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변화 동인인 모바일인터넷, 크라우딩 기술, 인공지능 빅 데이터 등 ICT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선진예보시스템’으로 2013년 대한민국 지식대상을 받을 만큼 우수하고 기상기후 빅데이터 품질 역시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이제 내부에서만 활용했던 이러한 기술들과 데이터를 플랫폼에 배치해 놓고 다른 산업 분야와 융합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날씨는 최근 로또 당첨번호도 제치고 네이버, 다음, 구글 등 포털의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로또 당첨번호는 사전에 알 수 없는 것이라 검색엔진을 사용할 가능성이 당연히 높겠지만 사전예측이 가능한 날씨에 대한 정보가 검색어 1위에 등극한다는 것은 기상기후서비스업의 영업전략 미숙에 의한 수요와 공급 간의 극한 불균형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주로 내부에서 활용되었던 기술과 서비스를 또 다른 생산 그룹과 연계하여 소비 그룹 등 이해관계자가 만나는 플랫폼에 가치가 집중되면 위축된 국민들의 소비심리와 투자심리를 다시 살려내 잠재성장률 그래프를 꺾어 세울 수 있다. 산업구조 조정과정에서 꽁꽁 얼려고 하는 산업시장에 불쏘시개는 날씨를 관장하는 기상기후서비스가 제격이 아닐까?
APEC 기후센터 전문위원 김영신 fallbird@apcc21.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