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가연성폐기물 처리대책 미비
- 2019년 기준 2008년 폐기물에너지화 종합대책 대비 추진실적은 계획 대비 절반 수준
- 고형연료로 제조·처리되던 가연성폐기물까지 매립할 위기
- 직매립 되고 있는 연간 100만 톤의 가연성폐기물에 대해서도 적정한 대책 미비
| 2020. 05.26(화) 17: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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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매립 또는 단순 소각 처리하던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 가연성폐기물을 고형연료(SRF: Solid Refuse Fuel)로 제조하는 시설과 이를 사용 하여 열이나 전기를 생산하는 전용 사용시설(전용발전소, 열병합발전소, 열공급시설)의 설치를 확대하는 등 '가연성폐기물 고형연료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2017. 9. 22. 수도권과 대도시권 사용제한, 사용허가제 도입, 고형연료제품의 수요처 전환 등 “고형연료제품 환경관리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대책을 발표하는 등 고형연료 전용 사용시설의 신규 설치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 하였다.
환경부가 매년 조사하여 발표하는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폐플라스틱 및 폐비닐류의 연간 발생량은 총 7,961,380톤(21,812톤/일)이고, 그 중 3,022,930톤(8,282톤/일)이 매립 또는 소각되며, 1,612,205톤(4,417톤/일)이 고형연료로 재활용되고 있다.
즉, 매립 또는 소각되는 양과 고형연료로 재활용되는 양인 4,635,135톤의 폐플라스틱이나 폐비닐류는 소각처리가 필요한 양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폐플라스틱·폐비닐 등 가연성폐기물의 발생량은 지속적인 감량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증가추세에 있으며, 직매립량은 2008년 말 기준 154만여 톤(연간 발생량 1,089만 톤의 14.2%)에서 2017년 말 기준 100만 톤(연간 발생량 1,404만 톤 중 7.1%)으로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직매립되고 있는 100만톤에 대해서는 소각하거나 또는 고형연료로 제조·사용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1인 가구 증가, 온라인쇼핑 활성화 등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연성폐기물량을 고려할 때 소각하거나 또는 고형연료로 제조·사용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한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는 가연성폐기물 직매립 최소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가연성폐기물 고형연료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신규 소각 및 매립시설 설치를 위한 국고지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대신, 폐기물에너지화 시설 설치·유지에 필요한 국고지원을 늘리고 산업부와 협의하여 가연성폐기물 고형연료화 사업을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연계시켜 민간 설치업자에 대한 융자를 늘렸다.
또한 고형연료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가중치를 상대적으로 높게 설정하여 고형연료 사용 발전사업자의 수익성 확보를 지원하는 등 민간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각종 대책을 추진하였다.
위 사업의 추진에 따라 공공 및 민간에서 설치·운영하는 고형연료 제품의 제조 및 사용시설이 ｢폐기물 에너지화 종합대책｣ 수립 이전인 2007년 기준 35개소 (제조시설 35개소, 연간 제조량 약 66,200여 톤)에서 2018년 말에는 총 219개소(제조시설 172개소, 사용시설 47개소)로 6.3배 늘어났고 제조량도 연간 약 146만 톤으로 22.1배 늘었으며, 이 중 연간 약 125만 톤이 사용 되는 등 고형 연료 제조와 사용이 크게 늘었다.
반면, 공공 소각시설 처리용량은 가연성폐기물 고형연료화 사업 추진계획에 따른 신규 소각장 설치예산 지원 중단 등의 영향으로 2012년 이후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고 민간 소각시설을 포함한 전체 소각시설 용량은 2016년 33,978톤/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17년에는 32,083톤/일로 1,895톤/일 만큼 감소하였다.
위와 같이 폐기물에너지화 정책을 추진하던 2008년 당시부터 이미 지역주민 반대로 신규 소각장 설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가연성폐기물을 고형연료로 만든 제품을 사용하는 시설을 확대하고자 할 때에도 대기오염 관리문제가 제기될 수 있었다.
그런데 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제15조 및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제20조의10 제2항 등에 소형 고형연료 사용시설(시간당 2톤 미만 소각용량)에 대한 배출허용기준을 대형 고형연료 사용시설(시간당 2톤 이상소각용량)보다 완화(다이옥신의 경우 최대 50배)하였다.
뿐만 아니라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제17조 제5항에 시간당 소각용량 1톤 미만 시설의 경우 굴뚝자동측정기기(TMS: Tele-Monitoring System)를 부착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즉, 소형 고형연료 사용시설에 대한 엄격한 대기오염관리 없이 고형연료의 사용 확대를 추진하였다.
그 결과 시간당 소각용량 2톤 미만의 소형 고형연료 보일러 시설(특히 굴뚝자동측정기기가 부착되지 않은 시간당 소각용량 1톤 미만 시설)이 포천시 등에 산업용으로 설치되어 대기오염물질 배출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2016년 전후부터 대형 고형연료 사용시설까지 포함한 모든 고형연료 사용시설이 미세먼지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주민들의 불신을 초래하였다.
이와 관련, 국민권익위원회가 2017년 2월 전국에서 10개의 고형연료 사용시설 (시간당 소각용량 2톤 이상 3개, 2톤 미만 7개)을 임의 선정하여 2016년과 2017년 사이에 측정된 다이옥신 농도를 분석한 결과, 시간당 소각용량 2톤 이상의 대형 시설 3개는 모두 배출허용기준(0.1ng-TEQ/S㎥) 이하였으나, 2톤 미만 소형시설 7개 중 2개(29%) 시설은 완화된 배출허용기준(5ng-TEQ/S㎥)조차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소규모 산업용 보일러의 오염물질 배출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
로 확인되었다.
한편, 독일·네덜란드·스웨덴 등 EU 국가의 경우 고형연료 사용시설은 폐기물 소각시설에 준하여 엄격히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어 연간 총 1,350만 톤 규모를 사용하고 있으며, 영국·아일랜드·이탈리아 등은 고형연료를 사용하면서 제조된 고형연료를 인접국가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환경부는 가연성폐기물의 직매립 금지와 물질 재활용이 곤란한 저급의 폐플라스틱 및 폐비닐류 등의 적정한 처리를 위해 폐기물 소각로 설치를 추진해 왔으나, 2008년 이후 산업부와 함께 폐기물 소각로 설치를 축소하고 축소된 소각로 설치 물량을 고형연료로 제조하여 전용 발전시설이나 열병합시설에서 연료로 사용함으로써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화 정책으로 전환하여 2017년까지 이를 추진해 왔다.
환경부는 폐기물의 처리에 필요한 고형연료 전용 발전시설 등 시설의 적정 용량을 산정하여 확보 계획을 수립하되 주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시설의 설치ㆍ운영이 취소ㆍ중단되어 폐기물 처리에 지장이 초래되는 일이 없도록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환경부는 고형연료제품 제조ㆍ사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고형연료를 신·재생에너지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때에는, 폐기물 소각로를 추가로 확보하여 가연성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 해야 했다.
또한 가연성폐기물 처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고형연료 전용 사용시설의 용량이 확보되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사용시설의 수익성 확보방안 등을 마련해야 했다.
아울러 여전히 매립되고 있는 연간 100만 톤의 가연성 폐기물 처리대책도 마련하여 가연성폐기물이 원활히 처리될 수 있도록 하여야 했다.
고형연료 사용시설은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소각시설과 마찬가지로 미세먼지, 다이옥신 등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되는데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고형연료 사용 발전사업자(공공ㆍ민간)나 한국환경공단으로 하여금 대기오염물질 측정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거나 환경 안전성을 공개적으로 검증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채 가연성폐기물 고형연료화 사업을 추진하였다.
또한 환경부는 고형연료 전용 사용시설을 폐기물시설촉진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폐기물 처리시설로 지정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주변지역 주민을 지원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은 채 위 사업을 추진하였다.
위 시설은 ‘발전시설’ 또는 ‘열공급시설’ 또는 ‘집단에너지 공급시설’ 등의 법적 지위만을 보유하여 사업자가 수익 창출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비공공적 성격의 산업시설로 관리됨에 따라 주민에 대한 금전적 지원, 주민 참여 등이 제한되었고, 주민 수용성이 저하되는 문제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에 2019년 기준 2008년 폐기물에너지화 종합대책 대비 추진실적은 계획 대비 절반 수준인 고형연료 제조시설 13개소(시설 용량 144만 톤/년 폐기물 처리), 전용 발전시설 4개소(고형연료 50만 톤/년 사용)만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었고 나머지 시설들은 현재까지 주변지역 주민반대 등으로 인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였거나 사업을 추진하였더라도 도중에 중단 되었다.
수요처를 확보하지 못한 고형연료제품 제조자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고, 방치폐기물이 발생하며 폐플라스틱·폐비닐의 원활한 처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설비 확보가 곤란할 우려가 있다.
환경부는 2008년부터 적극적으로 지자체 및 한국지역난방공사 등과 자원 순환형 에너지도시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폐기물 에너지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였다.
환경부와 산업부가 2017년부터 2018년 사이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중치 축소에 이어 신·재생에너지 제외까지 정책을 전환하여 사실상 신규 고형연료 전용 발전사업의 허가를 제한함으로써 정부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신뢰성 저하와 이미 형성된 고형연료 관련 산업 전체의 위축을 야기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수요처를 확보하지 못한 고형연료제품 제조자의 수익성 악화와 기존 발전소의 사용량 축소(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중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다른 원료로 전환)가 예상되고, 향후 물질 재활용이 곤란한 저급 폐플라스틱 및 폐비닐류의 원활한 처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각시설 또는 고형연료 전용 발전 시설의 용량을 확보하지 못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시행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직매립 되고 있는 연간 100만 톤의 가연성폐기물에 대해서도 적정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폐플라스틱·비닐류 등은 발열량이 높아(3,500 kcal/kg 이상) 1990년대 후반 낮은 발열량(2,200 kcal/kg 이하)을 기준으로 설계된 기존 소각시설에서 소각처리도 곤란하고 용량이 부족하여 매립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 결과 현재 직매립되고 있는 100만 톤의 가연성폐기물뿐 아니라 고형연료로 제조·처리되던 가연성폐기물까지 직매립할 수밖에 없어 기존 공공매립장의 가용연한 종료 가속화가 초래되고, 나아가 폐플라스틱·폐비닐류의 수거 거부 등의 문제가 재발할 우려가 큰 실정이다.
환경부는 "고형연료 제품에 대한 품질등급제 도입 등 고형연료 제조자로 하여금 품질개선을 유도하고, 고형연료 사용시설에 대한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시설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의 농도를 공개하며, 지역주민 협의체를 구성하여 사용시설의 안전한 운영에 참여하도록 하고, 주변 지역주민에 대한 지원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등 세부적인 개선 방안을 수립하여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또한 가연성폐기물 직매립 제로화를 위해서는 고형연료 사용시설의 설치를 지원하고 소각시설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정경춘 기자 intellij@naver.com 정경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